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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짧지만 긴 여운·실감나는 얘기…돌아온 베스트셀러 작가 2人
‘당신은 스무살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나요?’

무라카미 하루키에 따르면, 생일은 “매우 공평하다”. 모든 사람이 일년 중 딱 하루, 특별한 하루를 소유하게 된다. 부유한 자나 가난한 자, 유명인, 무명인, 어른, 아이, 선인, 악인 모두에게 똑같이 이 ‘특별한 날’은 일 년에 딱 한 번 주어지기 때문이다.

‘버스데이 걸’(비채)은 그 특별한 날에 바치는 하루키의 짧은 소설이다.


롯폰기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그녀’는 스무살 생일날에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홀 서빙에 나선다. 세차게 내리는 비에 손님은 뜸하다. 그날 따라 플로어 매니저가 복통으로 병원에 가는 바람에 그녀는 가욋일을 떠맡게 된다. 바로 매니저가 매일 해온, 사장의 방에 저녁식사를 가져다 주는 일이다. 치킨과 커피, 데친 채소 등을 왜건에 실어 사장의 방에 들여놓고 나오려던 참, 노인이 이상한 제안을 한다. 그녀가 스무살 생일이라는 얘기를 듣고,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는 것. 그녀는 곰곰 생각 끝에 좀 장난스럽게 소원을 얘기했고, 노인은 의아해 하며 소원에 응한다. 대체 그녀는 어떤 소원을 빈 걸까?

이 짧은 소설은 하루키가 십오년 전 쯤 생일과 관련된 앤솔러지를 만들기 위해 열 편 정도의 ‘버스데이 스토리’를 모았다가 분량이 모자라 자신이 하나를 지어 보탠 작품이다.

하루키의 ‘잠’등을 함께 작업했던 독일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카트 멘시크와 함께 작업한 이 소설은 하루키 특유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위트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의 독특한 취향에서 오는 신비감과 비일상적인 어법 등 짧은 길이에도 하루키적 스타일이 응축돼 있다.

하루키는 ‘작가 후기’에서 자신의 스무살 생일을 털어놨다. “날씨가 쌀쌀하고 옅은 구름이 낀 겨울날로, 나는 아르바이트로 커피점 점원 일을 하고 있었다. 쉬고 싶어도 일을 바꿔줄 사람이 찾아지지 않았다. 그날은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즐거운 일 따위는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하루키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소설 속 ‘그녀’를 위해 특별한 반전을 마련했다.


고집스럽고 불퉁거리는 이웃 아저씨, ‘오베라는 남자’의 베스트셀러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장편소설 ‘베어타운’(다산책방)은 “ 천국의 술집에는 대형화면으로 항상 윔블던 경기를 중계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스포츠 매니아 배크만의 실감나는 이야기가 시선을 붙든다. 쇠락한 소도시 베어타운은 과거 하키로 명성을 날렸던 도시다. 당시 도시로 진입하는 도로 옆에는 ‘베어타운-아무리 즐겨도 부족한 도시!’라는 표지판이 설치됐을 정도로 자랑거리였다. 이젠, 일자리도, 미래도 없이 폐가만 늘어나는 희망없는 도시다. 온 마을이 하키에 매달리는 이곳은 과거의 영광도 하키로 일궜고, 몰락도 하키에서 비롯됐다. ‘탕~탕’ 퍽을 날리는 소리가 늘 배음처럼 깔려있는 도시에 다시 한 번 옛 영광을 살릴 기회가 찾아온다.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이 전국 대회 준결승에 진출한 것. 도시의 경제를 살리고 자존심을 회복할, 그 무거운 꿈이 청소년들의 어깨에 실린다. 그리고 마을에 엄청난 충격을 안길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며 마을은 그 꿈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공동체를 하나로 엮는 희망과 그 공동체를 갈기갈기 찢어놓는 비밀, 대의를 위해 잡음을 모른척하려는 이기심과 대의에 반하는 선택을 하는 개인의 용기를 통해 베크만은 더 성숙한 인간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베어타운의 이야기는 한국사회와 흡사한 데가 있어 공감이 더 크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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