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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소비시장 트렌드] “전 명품족이길 거부합니다”…갈수록 늘어나는 ‘리퍼브 족’
가전은 물론 가공식품까지 다양
매장서 발품팔고 저렴하게 구입
알뜰소비 열풍에 매출 20% 증가
‘맘 카페’엔 관련 문답·후기 봇물


“혹시 하자는 없을까 괜히 찜찜한 생각은 들죠. 그런데 매장 가서 꼼꼼하게 살펴보고 사면 괜찮더라고요. 몇년 전에 400만원 넘는 가죽소파를 200만원 초반대에 ‘득템’했는데 잘 쓰고 있어요.”(A 온라인카페 게시글 중)

살림 노하우를 공유하는 온라인의 각종 ‘맘 카페’에선 ‘리퍼브’ 상품 관련 문답과 후기가 자주 올라온다. 리퍼브 상품은 소비자 변심이나 박스 손상, 미세한 흠집 등으로 반품된 상품이나 매장 전시 상품을 뜻한다. 이사ㆍ결혼이 많아지는 시즌에 접어들면서 정상가보다 대폭 저렴한 리퍼브 상품을 찾는 알뜰족이 늘고 있는 추세다.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리퍼브 상품을 찾는 알뜰족이 늘고있다. 사진은 파주의 한 리퍼브상품 전문 아울렛 풍경.

리퍼브 상품의 인기를 직접 확인할 겸,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리퍼브 전문 아울렛을 찾았다.

평일 낮 시간대라 매장은 한산했다. 그 시각 매장 옆 물류 창고가 더 활기를 띠고 있었다. 매장으로 들어갈 상품을 검수하는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각종 가구와 가전제품을 실은 대형 트럭이 창고 앞으로 쉼없이 들어왔다.

주말에는 풍경이 바뀐다. 어깨를 부딪히지 않고 다니기 힘들만큼 매장이 붐빈다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파격할인 이벤트 공지를 띄운 날에는 참여 행렬이 매장 밖까지 늘어설 정도다. 지난 8일에는 구매 고객이 457팀에 달했다. 객단가는 29만7485원, 최고 구매액은 945만2000원이었다.

특히 이사, 입주, 결혼 등을 앞둔 소비자의 객단가가 높은 편이다.

이곳에선 가전과 가구는 물론 각종 생활용품, 가공식품까지 취급한다. 제품 출처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알려져있는 리퍼브 상품은 가전매장 전시품과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 상품 등이다. TV홈쇼핑 시연 제품도 리퍼브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모델하우스 전시 모델로 사용된 냉장고, 국회의원 선거 당시 사흘간 쓰인 노트북 등도 소비자 판매가의 절반 가격에 판매 중이었다.

이 중에서도 공기청정기는 최상품이 아니더라도 없어서 못파는 수준이다. 들어오는 족족 팔려나가기 바쁘다. 이날도 물류 창고에서 매장으로 나갈 채비 중인 공기청정기는 단 1대 뿐이었다.

매장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국가대표 선수들이 숙소에서 사용한 가구였다.

이 업체는 공개 입찰에 참여해 가구 전 품목을 독점 입수하는 데 성공했다. 침대, 장롱, 소파 등 75종 24만여개 품목을 최대 60% 할인가에 판매 중이다. 평창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데만 5톤 트럭 100대가 넘게 동원됐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아기가 생기면서 소파가 필요해져서 인터넷에서 보고 찾아왔다”며 “필요한 물건이 (매장에) 없을 수도 있다는 단점은 있겠지만, 일단 매장에 있는 제품은 다 괜찮아 보여서 또 올 것 같다”고 했다. 가전 매장에서 만난 또다른 30대 여성 소비자도 “냄비만 사러 왔다가 프라이팬이랑 이것저것 더 사간다. 처음 와봤는데 다음에도 올 의사가 있다”고 했다.

이곳 매출은 연간 20%씩 성장하고 있다. 과거보다 상품 구색이 다양해졌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덕이다. 상품 검수를 강화하면서 소비자 불만도 과거보다 줄었다.

매장 관계자는 “리퍼브 상품은 일부러 만들래야 만들 수 없는 거다보니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늘 부족한 게 아쉬울 따름”이라며 “가성비를 추구하는 수요는 넘쳐나기 때문에 리퍼브 매장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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