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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성폭력 초래하는 연예계 갑질 구조
대중문화계에서는 언제, 어디서 ‘미투’ 폭로가 나올지 몰라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드라마 PD, 영화감독, 제작자가 여성 연예인이나 지망생을 만날 경우, 밤이 아닌 낮, 폐쇄된 장소가 아닌 오픈된 공간, 술 자리가 아닌 커피나 식사 자리를 택하는 식으로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미투’가 촉발시킨 좋은 현상이기는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자리잡은 것인지,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인 현상인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결국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미투’가 마무리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도 열정을 불태우며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여념이 없는 제작 관계자들이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 극히 일부이지만 권력 관계를 이용해 성폭력을 행하는 자가 있다. 대중문화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발생하는 성폭력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성폭력, 성접대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드라마 PD와 여배우의 관계에서는 권력관계가 확실히 드러나는 캐스팅이 이뤄질 때가 갑질이 일어날 수 있는 시기다. 캐스팅에 관해 논의할 게 있다면서 여배우가 사는 오피스텔로 찾아오는 PD가 있다.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의 혼동이 있어난다. 이 경우 여배우가 소속사와 상의를 할 수 있지만, 이를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오디션에 여배우 혼자 사무실로 오라고 하는 PD도 있다고 한다. 드라마는 은밀한 공간에서의 캐스팅 미팅이 주인공 보다는 서로 경쟁을 해야 하고 제작자와 연출자에게 잘 보여야 하는 조연급을 만날때 더 자주 일어난다. 연기력이 떨어지는 신인 여배우도 연출자에게는 ‘슈퍼을’이 된다. 할리웃에서는 배우와 감독이 1대 1로 밀폐된 곳에서 오디션을 보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도 연출부, 프로듀서 등 5~6명이 함께 오피스텔 같은 곳에서 배우들과 미팅을 가진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오디션이 이뤄진다면 성폭행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캐스팅 단계에서 1대 1이 아닌 그룹이 한명씩 인터뷰를 하거나,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거나 하는 식으로 메뉴얼화해야 한다. 이 단계를 사적인 영역에서 해결하지 못하게 해 투명성을 살려야 한다. 드라마 대본에 성희롱 방지 지침서 한 장 붙여 놓는 것으로 성폭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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