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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작된 ‘공론의 장’…기로에 선 포털 정책
-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포털 규제법 빗발
- 포털 책임 강화 vs 표현의 자유 ‘격돌’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이른바 ‘댓글부대’, ‘댓글알바’의 전성시대다.

인터넷 초창기 다양한 의견이 오가며 ‘공론의 장’ 역할을 했던 포털은 ‘여론조작의 온상’으로 지목받으며 몸살을 앓은 지 오래다. 2012년 ‘십자군알바단(십알단) 사건’,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파문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터넷 여론조작에 대한 규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짜뉴스, 댓글조작을 걸러내도록 포털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에서부터 댓글이용자의 실명을 확인하는 방안, 심지어 아예 “댓글을 없애자”는 극단적인 의견까지도 나온다. 


19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 여론조작을 규제하는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만도 10여개가 넘는다.

법안 발의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작년 8월에는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이 포털에 가짜뉴스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가짜뉴스 방지법’을 발의하는가 하면, 12월에는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이 ‘댓글 실명제 부활법’을 발의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 신경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한 여론호도를 처벌하는 ‘매크로 방지법’을,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이 포털의 언론수익을 회계분리하고, 기사배열을 자동화해 여론조작을 금지하는 ‘포털언론분리법’을 내놨다.

이달 초에는 박광온 의원(민주당)이 포털에 가짜뉴스를 24시간 이내에 삭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가짜정보 유통 방지법’을 발의키도 했다. 


포털 규제 법안이 쏟아지는 이유는 포털이 정보유통 플랫폼인 동시에 여론조작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보 접근 수단으로서 포털 의존도가 77%에 달한다. 포털을 언론이라고 생각하는 국민 비율도 54.2%에 이른다.

댓글통계시스템 ‘워드미터’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이달 16일까지 한번이라도 네이버 뉴스 댓글을 단 이용자는 170만명이다. 이중 1000개 이상의 댓글을 단 이용자는 3000명 수준으로 국내 인터넷 사용 인구의 단 0.006%에 불과하다.

특히, 포털이 ‘정치도구’로 사용되는데 대해 나은영 서강대 교수는 “정당 정체성이 강할 수록 온라인에서의 선택적 노출이 많고, 자기편의 의견이 다수처럼 보이도록 하고싶어 하기 때문에 온라인상의 의견 양극화가 심해진다”고 진단했다.

포털 사업자들은 나름대로 ‘조작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네이버, 다음 등은 기사배열, 댓글시스템 등에 자체 프로그램, 인공지능(AI) 등을 도입해 이를 막고 있지만 100% 차단은 어렵다.

뉴스를 유통하고 댓글 여론이 활발할수록 트래픽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포털사업자의 소극적인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IT법학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는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댓글 논란이 일어날수록 트래픽 증가에 따른 광고수익으로 포털이 돈을 버는 만큼, 그에 맞춰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개편해왔다고 본다”며 “그동안 포털은 각종 포럼, 위원회 등을 만들어 대처해왔지만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없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측에서는 법을 통한 사전규제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정필운 한국교원대 교수는 “우리의 헌법 원칙은 표현의 자유를 사전제한하지 않는 것”이라며 “온라인 공간에서의 문제 해결은 법을 동원하는 것보다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한지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일권 광운대 교수 역시 “여론이 만들어지는 수많은 행위 중 하나가 댓글일 뿐, 댓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규제를 통해 바꿔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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