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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교수]김기식 사퇴와 드루킹 사태의 방정식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사퇴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른바 ‘셀프 후원’은 위법한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드는 생각은, 이 문제를 선관위까지 가져가야 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김기식 전 원장에 대해 국민들이 갖는 문제의식은, 김 전 원장이 위법을 저질렀는지 여부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행동이 평소 그의 언행과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즉 김 전 원장이 시민운동을 했고 의원 시절에도 누구보다 공직윤리를 강조하며 제도 개선을 주장했던 인물이었기에, 국민들이 그에게 갖는 기대는 사뭇 컸지만, 드러나는 의혹들은 그런 국민적 기대감을 실망감으로 바꾸기에 충분했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의 행위에 대한 위법성 여부보다는 이런 그의 이중성 때문에 국민들은 그가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위법 여부를 선관위에 물으며, 하나라도 위법하다면 사퇴시키겠다고 했다. 위법성 여부가 ‘김기식 사태’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청와대의 행위는 두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앞서 언급했듯이, 국민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청와대가 검증을 잘했으면 발생하지 않아도 될 사안을, 일이 터지고 나니까 선관위에 미루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청와대는 두 번에 걸쳐 김기식 전 원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 부분은 특정 후보자에 대한 포괄적인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를 앞둔 시점이기에 야당들은 이 부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가 이른바 드루킹에 의한 댓글 조작 의혹 사건마저 불거졌다. 두 번에 걸친 김경수 의원의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의혹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야당으로서는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2중으로 생겼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인 된 것이다.

그런데 야당들이 기회가 왔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게 만드는 사안 역시 존재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의원들의 해외 출장에 관한 부분이다. 선관위는 김기식 전 원장의 해외출장에 관한 부분도 언급했는데,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등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은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면서 “이런 행위가 위법한지는 출장 목적과 내용, 비용부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선관위의 언급은 여당이, 여야 막론하고 해외출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보자고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해외출장을 전수조사 해보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런 민주당의 전략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전략이다.

지금처럼 댓글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있고, 동시에 김기식 전 원장의 사퇴로 야당들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수조사를 통한 국민여론의 전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도는, 그동안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가졌던 부정적인 감정에 비추어 볼 때, 당연히 먹히고도 남을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여당의 입장에선 당연히 이를 통해 수세의 정국을 공세의 전국으로 바꾸려고 할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댓글 조작 의혹과 인사 참사 정국이 국회의원의 특권과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는 사정정국으로 전환될 수도 있고, 이렇게 되면 공수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의 여야 대치 상황은 누구에게 유리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에 다시 한 번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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