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가 상품 있는 곳 안내, 고객 체형 인식해 뒤따르기도
-다만 고객 인식 실패, 음성인식 오류 등 보완점도 발견돼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자율주행 카트입니다. 저와 함께 쇼핑하시겠어요?”
스마트폰에서 이마트 앱을 열어 회원 바코드를 쇼핑 카트에 스캔하자 이런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지난 17일 오후, 트레이더스 하남점에서 자율주행 콘셉트의 스마트 카트 ‘일라이(eli)’와 함께 쇼핑을 시작했다.
일라이에 장착된 모니터에는 현재 트레이더스에서 할인행사 중인 추천 상품이 떴다.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터치해 ‘찜’한 뒤 ‘안내하기’ 버튼을 누르자 제품이 있는 곳으로 카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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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하는 소비자 뒤를 따르는 자율주행 스마트카트 ‘일라이’ [제공=이마트] |
시속 2~3km 정도로 이동했는데 다소 느리게 느껴졌다. 최고 속도는 시속 10km 수준이다. 스마트카트 기획ㆍ개발을 담당한 이마트 내 ‘S-랩’ 조직은 고객 편의를 위한 카트의 ‘적정 속도’에 대해서도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윽고 찾는 상품이 진열된 곳에 도착했다. 행사 상품인 칫솔을 집어들어 상품 바코드를 카트 후면의 바코드 인식 센서에 가져다대자 ‘띡’ 소리와 함께 가격 등 상품 정보가 화면에 뜬다. 바코드를 스캔한 상품을 카트에 담으면 무게인식 센서가 상품을 또 한번 인지한다. 이처럼 쇼핑 물품을 이중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결제 시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일라이의 안내로 추천상품 구입을 끝낸 뒤엔 눈에 보이는 상품을 자유롭게 쇼핑해봤다. 앞서던 일라이가 이제는 뒤를 졸졸 따라왔다. 카트에 장착된 3차원 카메라(3D Depth Camera)가 고객 체형을 인식해 가능한 일이다.
이동하던 중 통로에 의자가 등장했다. 주춤하던 일라이는 장애물을 피해 슬쩍 옆으로 움직인 뒤 다시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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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카트 화면상에서 소비자가 직접 결제하는 모습 [제공=이마트] |
쇼핑을 끝낸 뒤엔 카트에서 곧장 결제가 가능했다. 일반 신용카드와 신세계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SSG 페이’ 중에 결제 수단을 선택하면 된다. SSG 페이 결제 시엔 스마트폰에서 페이 서비스를 실행시킨 뒤 카트의 바코드 인식 센서에 스캔하면 된다. 신용카드는 카트 삽입부에 꽂기만 하면 된다. 결제 금액 뿐 아니라 포인트 적립 내역도 한눈에 볼 수 있어 편리했다.
결제까지 마친 뒤 화면의 ‘복귀하기’ 버튼을 누르면 카트 스스로 충전소로 돌아간다. 이날 시연에선 현장이 혼잡한 등 제약이 있어 자동복귀와 주차안내 기능을 직접 보진 못했다.
박태규 S-랩 미래서비스팀 부장은 “다른 카트 또는 사람과의 충돌 문제 등은 거의 완벽하게 해결했다”고 했다. 다만 “일라이가 고객을 따라가다가 멈춘다든지, 안내 중 길이 막혀 못가는 등 돌발상황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시연에선 사람 인식과 음성검색 기능 등에서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발견됐다.
고객을 뒤따르던 일라이가 ‘인식에 실패했습니다’라는 음성과 함께 자리에 멈춰섰다. 사람과 거리가 2m 이상 떨어지면 인식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카트 화면의 ‘따라오기’ 버튼을 터치하자 그제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하는 상품을 음성으로 검색해 위치 안내를 받는 기능도 단번에 성공하진 못했다. 찾는 상품은 묻는 질문에 “프렌치카페”라고 했더니 “다시 말씀해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3번째 시도에 움직였다. 카트에 장착된 모니터가 ‘갤럭시탭S’다보니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들이 경험했을 법한 오류 수준이긴 했다.
또 매장이 혼잡한 주말에 수십, 수백대의 스마트 카트가 활보한다면 현재로선 이용에 불편이 예상된다.
이날 공개된 일라이는 미래 쇼핑기술을 제시하기 위한 ‘콘셉트 카트’로 제작됐다. 아직 매장에 실제 도입할 계획은 없다. 관련 기술 고도화와 제작 비용 절감 등 과제가 해결된다면 두손 자유로운 쇼핑이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ha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