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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초 간격으로 끼이익”…종로 자전거전용차로, ‘덜덜’ 떨며 달렸다
-종로 자전거전용차로 직접 달려보니
-자전거ㆍ일반 차량 뒤엉켜 무법지대
-곳곳 불법주차에 긴장 바짝하며 이동
-서울시, 300명 안내요원 투입 등 대책
-실효성에는 여전히 논란 목소리 일어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어이쿠. 미안합니다.”

지난 16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각역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고 ‘종로 자전거 전용차로’로 나서자마자 오토바이 운전자가 옆을 휙 지나가며 한 말이다. 다시 페달을 밟으니 차량 한 대가 경고음을 내며 무섭게 달려와 멈춰섰다. 또 움직이니 차로 위에 멈춰있는 오토바이가 있어 브레이크를 잡았다. 속도를 내자니 이번에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올라선 택시가 길을 막았다. 자전거로 같은 차로를 달리던 성종배(49) 씨는 “자전거로 자전거전용차로를 달리는 데 왜 불안에 떨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정도면 5초에 한 번씩 급제동을 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종로 자전거전용차로에서 여전히 자전거와 일반 차량이 뒤엉키는 아찔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개통한 후 운영 10일차에 접어드는 시점이나 아직도 안전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종로 자전거전용차로 위에 차량이 불법주차돼 있다.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종로 자전거전용차로는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서 동대문종합상가 방향으로 연결되는 2.6㎞ 편도차로다. 서울시는 갓길에 붉은 칠을 해 전용차로임을 표시했다. 이곳은 일반 차량이 들어올 수 없다. 오는 7월부터 이 규정을 위반하면 오토바이 4만원, 승용차 5만원, 승합차 6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악명’을 확인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이날 오후 1시부터 1시간동안 전용차로를 달려봤다.

예고없이 끼어드는 오토바이를 피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몇차례 급제동을 하다보니 긴장이 돼 브레이크를 잡은 두 손이 떨려왔다. 중간중간 장애물로 있는 불법주정차량도 질주를 방해했다.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차량이 경고음을 내며 아슬아슬하게 옆을 지나갔다.

서울 종로 자전거전용차로 위에 자전거와 일반 차량이 뒤엉켜 있다.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전용차로임을 나타내는 붉은 칠이 없어 사실상 무방비인 곳도 보였다. 종묘광장공원 앞 일부구간은 흰 페인트로 자전거 그림만 있어 일반 차로처럼 오해받기 쉬운 상태였다. 지나가려 했지만 차량에 둘러싸여 결국 인도위로 올라서야 했다.

손님의 승하차를 위해 불쑥 끼어드는 택시의 위협도 여전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택시가 승하차를 목적으로 전용차로에 들어오는 것은 허용된다. 이 때문에 자전거가 전용차로를 벗어나야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시도 이런 상황을 알고 시직원 300명을 안내요원으로 투입하는 등 집중 관리에 돌입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보다 안전용원이 훨씬 많아 보였다. 그러나 직접 살펴보니 이 또한 미봉책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안내요원 대부분은 일에 집중하는 데 버거워보였다. 전용차로를 침범하는 차량 운전자는 안내요원 손짓을 무시한 채 핸들을 자유자재로 돌렸다. 눈에 띄는 조끼를 입은 탓에 국내외관광객 등 수많은 행인이 궁금한 점을 물어봤고, 그럴 때마다 전용차로는 무방비가 됐다.

서울 종로 자전거전용차로 위에 택시가 멈춰있다.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시는 본격적인 단속이 이뤄지는 오는 7월 전에 안내를 이어가며 시민 변화를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7월 이후에는 폐쇄회로(CC)TV 10여대, 요원 54명으로 단속을 해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안전문제 외에 활성화가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다. 시는 지난 2009년 광화문과 청계천변 일대에도 자전거전용차로를 개통한 바 있다. 하지만 실효성과 안전 문제 등에 따라 2012년 이후 홍보 등 활성화대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활성화되면서 자전거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용률이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되는만큼, 이번 개통을 계기로 자전거 전용도로에 대한 관리를 차츰 촘촘히 해가겠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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