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카페골목’ 맛집 명성 이어가
‘카페골목 살리자’ 서초구 등 앞장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어요. 술집 보다는 경양식 집이 많았고, 식사와 차를 함께 즐겼죠. 카페에서 서빙하다가 연예인으로 발탁되곤 했어요. 특색있는 카페가 사라져 아쉽지만 맛집은 여전히 즐겨 찾아요.”

지난 13일 불고기 맛집 ‘장수원’에서 만난 김선경(45) 씨는 “방배 카페골목은 추억”이라고 했다. 김 씨는 구반포에서 태어나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카페골목을 자주 찾았다. 장수원은 방배로 부근에서 44년째 영업중이다.

1980년대 특색있는 카페로 명성을 날렸던 방배 카페골목에는 현재 약 247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하지만 정작 카페는 10개 미만이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만 즐비하다.

전체의 30% 가량은 음식점으로, 수십년 된 맛집이 옛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초구가 상가번영회와 협력해 가게 간판 및 조명을 바꾸고 스카이라이팅과 커피잔 모형을 설치하며 카페골목 살리기에 나섰다.

▶카페는 없고 맛집만…=카페골목의 대표 맛집인 일미칼국수는 전주 이씨 후손인 이재홍ㆍ이길자 씨 부부가 양반들이 궁중에서 먹는 손칼국수를 선보이는 곳으로, 가문의 요리를 사업화시켰다.

가게에 들어서면 민혜경, 뽀빠이 이상용, 주현미, 이충희, 허참 등 유명 인사들의 친필 사인 수십개가 벽에 걸려 있다.

이날 40년 단골손님으로 식사를 하러 온 정모 씨는 “40년이 되도 변함없는 맛을 잊을 수 없어 계속 찾는다”고 말했다.

두 곳의 김밥 맛집도 카페골목의 명소다. 40년 된 해남김밥과 27년 된 서호김밥이 그 주인공이다.

서호김밥은 1992년 이수교차로에서 방배로까지 길게 뻗어있는 카페골목에서 방배로 부근 끝자락에 위치한다. 7평 남짓한 작은 가게이지만, 로드샵 김밥전문점 1호로 문을 열었다. 초창기 메뉴는 서호김밥과 수제비, 라면 등 세가지였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재료는 이천쌀 등 7가지이다.

해남김밥은 카페골목 중앙 유경약국을 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다보면 허름한 1층 건물에 위치한다. 우엉이 듬뿍 들어간 해남김밥은 가격이 2000원으로 가성비가 매우 뛰어나다. 100% 테이크아웃이며, 최근에는 가격이 3000원으로 올랐다.

▶“카페골목 살리자” 10억 투입=길에 지나가면 사람이 치일 정도였던 카페골목은 강남역 신설 및 접근성 부족 등으로 방문객이 많이 줄어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10억원을 투입해 카페골목 살리기에 나섰다.

우선 이수교차로 방향 진입부 교통섬에 자리한 높이 3m 가량의 커피잔 모형이다. 조형물을 빙 둘러 있는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고 밤에는 조명이 밝게 켜져 있다. 방배뒷골공원에서 시작해 걸어가 보면 좌측편에 이곳이 방배카페골목임을 나타내는 6.5m 높이의 커피잔 기둥이 환하게 거리를 밝힌다. 또 하늘에는 지그재그로 조명을 설치한 스카이라이팅이 야경을 선보인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