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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배카페골목 40년, 과거와 현재②]‘카페 대신 맛집만’…‘제2의 도약’을 꿈꾼다
-특색있는 카페 대신 프랜차이즈
-수십년 된 맛집만 명성 이어가
-가족 중심, 편안한 추억 되새기는 곳
-‘카페골목 살리자’ 서초구ㆍ상가회 나서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어요. 지금의 가로수길 같은 분위기였다고 할 수 있죠. 예전에는 술집이 많지 않았고, 경양식 집이 많았어요. 젊은 사람들이 와서 식사와 차를 함께 즐겼죠. 카페에서 서빙하다가 연예인으로 발탁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당시에는 특색있는 카페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만 즐비하죠. 개성있는 카페들의 특징이 사라진 것이 아쉽지만, 이곳의 익숙한 맛에 여전히 즐겨 찾아요.”

지난 13일 불고기 맛집 ‘장수원’에서 만난 김선경 씨는 “방배 카페골목은 저에겐 추억”이라고 했다. 김 씨는 구반포에서 태어나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카페골목을 자주 찾았다. 이날은 아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들렀다. 장수원은 방배로 부근에서 44년째 영업중이다.

1980년대 특색있는 카페로 명성을 날렸던 방배 카페골목에는 현재 약 247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하지만 정작 카페는 10개 미만이다. 개성있는 카페는 사라지고 스타벅스, 커피빈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만 들어서 있다. 전체의 30% 가량은 음식점이다. 개성있는 카페는 사라졌지만, 수십년 된 맛집들이 옛 추억을 회고하는 이들과 인근 주민들에게 편안함을 안겨준다. 최근에는 서초구가 상가번영회와 협력해 가게 간판 및 조명을 바꾸고 스카이라이팅과 커피잔 모형을 설치하며 카페골목 살리기에 나섰다. 

방배 카페골목 이수고가차도쪽 조형물
카페골목 야경

▶카페는 없고 맛집만 즐비=카페골목의 대표 맛집인 일미칼국수는 전주 이씨 후손인 이재홍 씨 부부가 양반들이 궁중에서 먹는 손칼국수를 선보이는 곳으로, 가문의 요리를 사업화시킨 것이다. 민혜경, 뽀빠이 이상용, 주현미, 이충희, 허참 등 유명 인사들이 다녀갔다. 가게에 들어서면 유명인사들의 친필 사인 수십개가 벽에 걸려 있다.

이곳에서 45년째 궁중칼국수를 선보이고 있는 일미칼국수의 이재홍(85)ㆍ이길자(72) 부부는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요즘에는 아들인 이종희 씨가 가업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노부부는 여전히 함께 일을 한다. 모든 재료는 국내산을 쓰기에 원재료 가격이 많이 올라 인건비를 따로 쓸 수가 없기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40년 단골손님으로 식사를 하러 온 정 모 씨는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오는 곳”이라며 “40년이 되도 변함없는 맛을 잊을 수 없어 계속 찾는다”고 말했다. 

방배 카페골목 모습

카페골목에는 두개의 김밥 맛집이 오랜 기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40년 된 해남김밥과 27년 된 서호김밥이 두 주인공이다.

서호김밥은 1992년 이수교차로에서 방배로까지 길게 뻗어있는 카페골목에서 방배로 부근 끝자락에 위치한다. 7평 남짓한 작은 가게이지만, 로드샵 김밥전문점 1호로 문을 열었다. 초창기 메뉴는 서호김밥과 수제비, 라면 등 세가지였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재료는 이천쌀 등 7가지이다. 깔끔하고 한결 같은 맛에 단골손님들도 북적인다. 매장이 작아 포장해 가는 손님이 전체의 70% 가량을 차지한다. 평일에는 하루 평균 200개, 주말에는 400개 가량이 포장으로 팔린다. 최근에는 2년 이상 연구해 내놓은 다시마김밥이 신메뉴로 인기다.

이날 이곳을 찾은 한 단골손님은 “초창기 문을 열 때부터 찾고 있다. 김치수제비와 라볶이가 맛있고, 다른 프랜차이즈 김밥은 지점에 따라 맛이 다른데 이곳은 맛이 한결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해남김밥은 카페골목 중앙 유경약국을 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다보면 허름한 1층 건물에 위치한다. 우엉이 듬뿍 들어간 해남김밥은 가격이 2000원으로 가성비가 매우 뛰어나다. 100% 테이크아웃이며, 최근에는 가격이 3000원으로 올랐다.

방배카페골목 주요 맛집 위치도

▶“카페골목 살리자” 10억 투입=1989년부터 이곳에서 달빛 한스푼이라는 식당을 운영중인 박미선 사장은 “매출이 과거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고, 카페골목 전체적으로는 손님이 10분의 1 가량 줄었다”고 했다.

길에 지나가면 사람이 치일 정도였던 카페골목은 강남역 신설 및 접근성 부족 등으로 방문객이 많이 줄어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서초구는 지난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10억원을 투입해 카페골목 살리기에 나섰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이수교차로 방향 진입부 교통섬에 자리한 높이 3m 가량의 커피잔 모형이다. 조형물을 빙 둘러 있는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조명이 밝게 켜져 있어 야간에 포토존으로 안성맞춤이다.

또 방배뒷골공원에서 시작해 걸어가 보면 좌측편에 이곳이 방배카페골목임을 나타내는 6.5m 높이의 커피잔 기둥이 환하게 거리를 밝히고 있다. 하늘에는 기존 허전했던 빈 공간을 지그재그로 조명을 설치한 스카이라이팅이 야경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다.

분전함, 보안등, 버스정류장 표지판 등 노후화된 시설물 160개 곳곳에 ‘방배카페골목’ BI를 활용해 거리를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다. 지저분하고 어두웠던 카페골목 이미지를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시설물(보안등) 디자인

서초구는 골목상권을 살리고자 상가번영회와 머리를 맞대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서울시 공모사업인 ‘지역특화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시범지역으로 선정돼 교부받은 시비보조금 5억으로는 ‘우리가게 개선 사업’을 실시했다. 가게 간판 및 조명을 바꿔서 기존 우중충한 카페분위기를 한층 더 밝게 만들었다. 방배 카페골목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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