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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인력 구조조정 없는 STX 자구안은 사상 초유의 실험
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 노사의 자구계획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STX조선의 법원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계획은 철회됐다. 또 무분별한 저가 수주 방지를 위해 마련된 ‘수주 가이드라인’에 맞는 선박에 대해선 선수금환급보증(RG)도 발급되어 신규 수주 영업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STX조선이 단순한 경영정상화를 넘어 강소조선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산업은행이 받아들인 자구계획이 사상 유례없이 실험적이기 때문이다. 경제 논리보다 정(情)의 논리가 앞선 이같은 실험은 아직 성공사례도 크게 알려진 게 없다.

위기상황에서 인력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직원들은 대개 경영정상화 이후 신규 채용시 우선 복직시키는 게 상례다. 그런데 이번 STX 자구안은 애초 요구받은 인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690명 중 이미 나간 140여명 이외에 350여명을 추가로 내보내야 하지만 이들을 모두 끌어안고 인건비만 줄이는 방법이다. 같이 땀흘리던 동료를 떠나보내는 아픔은 막았지만 고통분담의 현실은 앞으로 고스란히 남은 자들의 몫이다. 노조는 5년 동안 기본급을 5% 삭감하고, 상여금도 600%에서 300%로 절반만 받기로 했다. 또 이 기간 매년 6개월씩 무급휴직을 한다. 사실상 기존에 받던 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하는 셈이다. 희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산업은행은 “회계법인 등 전문기관의 충분한 검토를 거친 결과, STX조선의 자구계획안은 컨설팅에서 요구한 수준 이상으로 판단된다”면서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과거 인력감축 중심의 일방적 노조 압박이 아닌 노조의 선택 및 노사간 합의를 통해 추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인력감축의 중요한 원칙을 간과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은 철저히 생산성의 관점에서 진행돼야 한다. 75%를 줄이자는 건 반대로 숙련도와 기술력으로 볼 때 가장 뛰어난 25%의 인력을 남기라는 의미다. 숙련공일수록 상대적으로 이직 가능성이 높다. 능력자들에겐 희망퇴직이 축하금 받으며 전직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한 두 해도 아니고 앞으로 5년이나 종전의 절반도 안되는 월급을 받으며 버틸 숙련공들은 많지 않다. 생산성이 오히려 후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산업은행은 “STX조선의 경영 상황을 계속 점검해 자산 매각등 자구계획이 원활히 이행되지 않거나 자금 부족이 발생하면 원칙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압박이 아니라 책임 회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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