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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신뢰의 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 벌금의 중형이 선고되었다. 기밀유출, 뇌물수수 등 죄목도 16개나 되는데,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것이다. 헌법제판소의 탄핵판결에서도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라면서 이점을 명확하게 적시하고 있다.

사회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높은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신뢰란 서로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운전할 때 노란 선을 침범하지 않는 것, 돈을 꾸면 갚는 것, 공무원은 국민을 위하여 일할 것 등 매일 매일의 생활에서 신뢰는 우리와 항상 함께 하고 있다.

사회적 신뢰를 높이기 위한 국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의사면허증부터 운전면허증까지 각종 면허증 제도를 통해서 정부는 사회에 신뢰를 공급하고 있다. 법률에서도 “신의성실 원칙”이라 불리는 민법 2조 조항에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신뢰의 중요도를 명시하고 있다. 공동묘지 옆에 지어진 아파트에 대한 분양취소 판결은 신의성실 원칙의 결과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이렇게 중요한 신뢰가 몇몇 사람들의 탐욕으로 크게 훼손되면 사회적으로 큰 손실로 이어진다. 2008년에 경험한 금융위기는 금융종사자들의 탐욕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다. 거대 금융기관이 서브프라임모기지라는 위험이 큰 채권을 복잡한 금융공학을 거쳐서 위험이 낮은 채권으로 변환하여 시장에 유통시켰다. 그러나 이 금융상품을 만든 전문가들은 금융공학으로 위험이 낮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수익에 눈이 멀어서 이러한 위험에 대해 고지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리만브러더스라는 당시 세계 최고의 금융기관이 부도가 나는 엄청난 시련으로 이어졌다. 금융기관이 소비자들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신뢰 구축을 정부나 금융기관 등의 소수의 독점 권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 다수의 구성원이 참여하여 수행하고자 하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이중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는 것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일 것이다. 블록체인이란 모든 거래 내역을 다수의 구성원이 보유하고 검증해서 거래의 신뢰를 담보하는 기술이며, 이러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경제적 신용이라 할 수 있는 화폐를 거래하는 것이 가상화폐이다. 비트코인을 처음으로 제안한 사토시 나카모토도 비트코인 제안의 배경에 2008년의 금융위기를 들고 있다.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한 구성원 간의 신뢰 창출 또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사회 구성원들 간의 의견교환을 통해 신뢰를 향상 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한 비지니스가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중 가장 성공한 것으로 에어비앤비를 들 수 있다. 개인의 집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현재 침대 하나도 소유하지 않으면서 그 규모가 주요 호텔체인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

2016년 파리에는 호텔방이 6만8000 개인 반면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방은 8만 개가 넘었다. 이러한 공유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신뢰구축이다. 집 소유주가 범죄자나 사기꾼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뢰구축 문제는 손님과 집주인의 양방향 소셜네트워크 평가시스템으로 훌륭히 해결할 수 있었다.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매우 빠르게 성장한 우리나라는 구성원 간의 합의보다는 소수 전문가의 독점에 의한 신뢰창출의 효율성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21세기 4차산업 혁명 시대에서는 구성원 간의 사회적 합의가 전문가의 독점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명의 전직대통령의 일탈적 행위는 소수의 전문가가 국가신뢰를 얼마나 심하게 저하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단순한 뇌물수수나 직권남용 등의 범죄를 넘어서 국가 신뢰의 근간을 흔든 것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최근 발생한 삼성증권 공매도 사건은 금융산업에서 전문가에 의한 신뢰의 추락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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