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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조 매출’ 넘긴 국내 바이오ㆍ제약사들, ‘아낌없는 R&D 투자만이 살길’
-셀트리온 2270억 투입, 연구개발 비용ㆍ비율 1위
-한미ㆍ녹십자ㆍ대웅, 매출액의 10% 이상 투자
-상위사들, 적극적인 신약개발 의지 보여
-국내 연구개발비, 다국적사 1곳의 10분의 1 그쳐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신약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매출 1조를 넘었거나 1조에 근접한 상위사들은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10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개발에 대한 국내사들의 의지를 볼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지만 국내사들의 총 연구개발 비용 합계가 다국적사 1곳이 투자한 금액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을 만큼 아직 국내 제약업계가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셀트리온, 연구개발 비용ㆍ매출액 대비 비율 ‘최고’=지난 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연구개발 비용 현황을 공개한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사 중 가장 많은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한 곳은 셀트리온이었다. 셀트리온은 227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유일하게 2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제약바이오사였다. 셀트리온의 지난 해 매출액이 949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셀트리온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24%에 가까운 수치다.

이어서 한미약품이 1706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한미약품은 셀트리온이 1위를 차지하기 전 국내사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연구개발 중심의 제약사다. 한미는 지난 해 매출액(9165억원)의 18.6%에 이르는 금액을 신약개발을 위해 사용했다.

다음으로는 매출 2위 기업 GC녹십자가 1165억원을 투자했다. 녹십자는 지난 해 1조2879억원의 매출액 중 9%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대웅제약은 9602억원의 매출액 중 12%에 가까운 1142억원을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에 사용했다. 유한양행도 지난 해 1036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지만 유한의 매출액(1조4622억원) 대비 투자 비율은 상위사 중 가장 낮은 7% 수준이었다.

이어서 종근당이 8843억원 중 989억원(11.1%), 동아에스티가 5550억원 중 812억원(14.6%)을 각각 연구개발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0%를 넘기는 곳은 한미약품 등 손에 꼽을 정도만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제약업계를 이끌고 있는 상위사들을 중심으로 점점 연구개발비를 늘려가며 신약개발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바이오사 vs 1%도 안 쓰는 제약사=한편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분위기는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력이 핵심인 바이오사들의 경우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보이고 있는 곳이 많다. 셀트리온을 비롯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곳은 대부분 바이오사들이다.

제넥신의 경우 지난 해 매출액은 284억원에 그쳤지만 제넥신이 연구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349억원에 이른다. 매출액의 123%를 연구개발에 투자한 셈이다. 이 밖에도 매출액 대비 10% 이상 연구개발에 투자한 바이오사로는 메디톡스(261억원, 14.4%), 씨젠(128억원, 14.6%), 메디포스트(122억원, 17.1%), 한올바이오파마(102억원, 12.2%), 에이프로젠(95억원, 15.3%), 파미셀(40억원, 16.2%), 프로스데믹스(21억원, 33%)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매출액에서 1% 내외의 금액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제약사들도 있었다. 신약개발을 통한 의약품 사업보단 제네릭이나 기타 부대사업을 통한 경영이 주를 이룬 곳들이다. 대표적인 곳이 광동제약이다. 광동은 지난 해 1조1415억원으로 1조 클럽에 속했지만 연구개발에 쓴 비용은 68억원에 그친다. 1%에 그치는 비중이다. 광동은 의약품 사업보단 삼다수, 비타500 등 음료사업에서 매출의 상당 부분이 발생하고 있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미흡했다. 또한 명문제약(0.88%), 바이넥스(0.8%), 화일약품(0.4%), 대한약품(0.28%) 등이 매출액의 1%도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는 제약사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연구개발 금액이나 비중은 늘어나고 있지만 비상장된 제약사들까지 본다면 아직 매출의 1%도 연구개발에 쓰지 않는 제약사들이 꽤 있을 것”이라며 “상위사들의 변화가 중소형 제약사에게까지 이어지는 업계 전체의 변화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로슈 한 해 11조원 연구개발에 투자, 국내 전체 연구개발비의 10배=국내 제약업계의 연구개발비 투자 의지가 많이 올라오고는 있지만 아직 글로벌 제약 시장 관점에서 본다면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 해 국내 상장된 제약바이오사 88곳의 총 연구개발 투자 비용은 1조6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지난 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빅파마는 스위스 제약사 로슈다. 로슈는 지난 해 108억4570만달러 즉 11조5400억원에 이르는 돈을 신약 연구개발을 위해 투자했다. 국내 제약사의 총액보다 무려 10배나 높은 금액이다.

한 개의 신약이 탄생하기까지는 평균 14년의 기간과 17억달러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사들의 현재 연구개발 투자 금액으로는 신약개발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도 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규모면에서 한국 제약산업은 너무나 작은 편이기에 글로벌 제약 시장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투입되는 연구개발 비용도 대부분 개량신약 또는 기술수출을 위한 초기 임상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당장 신약개발을 위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운 현실인 만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투자 비중을 늘려가면서 바이오시밀러, 세포치료제 등 국내 업계가 강점을 가진 분야를 바탕으로 기술력을 높여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인식하고 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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