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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잔인한 4월의 욕망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뒤흔드는’(T.S.엘리엇의 시 황무지에서)’ 바로 그 4월이다.

덧없다. 해 바뀐 지가 어제 같은데 벌써 4월이란다. 이것 저것 벌여 놓은 일에 성과는 없는데, 욕망만 들끓으니 난감할 뿐이다. 약 100년 전 시인 엘리엇이 4월을 잔인하다 했던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4월은 집권 12개월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에게도 잔인한 달이 될 듯 싶다. 안보와 경제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국민의 욕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서다. 지난 겨울, 한반도는 전쟁공포에 떨어야 했다. 북한의 연이은 핵 미사일 도발을 참다못한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군사요지를 정밀 타격하는 ‘군사옵셥’을 검토하면서다. 국민의 위기의식은 컸다. 신패권주의와 내셔널리즘이 강화되는 국제정세 속에서라면 우리가 비록 원치 않더라도 얼마든 전쟁이 재연될 수 있다는 걸 믿기 시작했다. 공포의 폐해는 불문가지다. 따라서 정부는 서둘러 국민을 전쟁공포에서 탈출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는 27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이 갖는 의미는 중차대하다.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동시에 남북이 공존ㆍ공영하는 시대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끝이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5월로 예정된 미북정상회담은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방식을 놓고 미국과 북한 간 이견차가 극명한 까닭이다. 북한은 단계적 핵폐기를 관철할 뜻을 내비치며 이미 중국과 입을 맞췄다. 그러나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이른바 ’선 핵포기 후 보상‘의 리비아식 해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와중에 청와대의 한 인사는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북한 입장을 두둔해 파장이 일고 있다. 기억해야 할 포인트 중 하나는, 대화의 결실을 맺기 위해선 미국의 동의가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미국과의 공조 균열은 대화의 실패로 이어지기 쉽다. 그래서 정부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후속 성과를 낼 수 없었던 과거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사례를 거울삼아 좀더 세밀하고 냉철한 전략도 세워야 한다.

경제 불안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것도 문재인 정부의 큰 과제 중 하나다. 국민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무역전쟁과 한미 FTA 재협상, 금리인상 등으로 앞길이 캄캄하지만 이렇다할 대책이 없는 데다 그나마 나온 대책 역시 근시안적인 탓이다. 일자리 창출에 매진했다지만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다.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려운 불완전 취업자가 213만명에 달한다.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42.7%로, 노인 2명 중 한 명은 빈곤에 허덕인다는 보고도 있다. 애초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정부 예산을 투입하고, 그것도 기껏 3년짜리 한시 대책을 내놓은 게 잘못이다.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게 아니라 기업이 만드는 거다. 규제 폐지, 세제지원 등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을 펴야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이걸 모를 리가 없는데도 방기하는 건 배신행위다. 이러다가 소득주도 성장이니, 양극화 해소니 모두 물건너 갈 것 같다. 잔인한 4월을 극복하려면 정부는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애초 대응이 잘못됐다면, 서둘러 고치고 보완하는 게 옳다. 고집스럽게 밀고 갈 일이 아니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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