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빚 내서 집 사는 시대는 끝…규제가 바꾼 ‘청약시장’
중도금 대출 없는 강남권 부자들 놀이터로
대출규제에 금리 인상 압박까지...돈길 막혀
상한제 무용론 속 ‘자금력’이 우선조건으로
내 집 마련 더 높아지는 문턱…실수요 고민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정부가 예고한 각종 대출규제의 본격화와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이 큰 가운데 돈 빌릴 길이 막힌 청약시장에 자금력이 새 아파트의 당첨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상 부자들의 놀이터가 된 서울 청약시장에서 엄격한 잣대가 무주택자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26일부터 적용되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대표적이다. 모든 종류의 부채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액만 따졌던 신(新)DTI보다 검토되는 부채의 종류가 많다.
최근 분양한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로또 청약’이라고 불렸다. 높은 분양가가 책정된 단지의 중도금 대출이 끊기자 현금부자들의 놀이터가 됐다는 비난도 여전하다. 사진은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 내부 모습. [헤럴드경제DB]

300만원 이하의 소액 신용대출이나 이주비 등 집단대출 등에는 DSR이 적용되지 않지만, 추가로 대출을 받을 때는 산정된다. 전세자금대출부터 마이너스통장, 할부금까지 요건에 포함된다.

은행들은 당장 DSR 한도를 정해 관리지표로만 사용할 예정이지만, 오는 10월부터 고(高)DSR 비율을 정하고 비중도 규제할 방침이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와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만 부채로 인식하던 기존 방식에서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까지 부채로 잡아 목돈이 없는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은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3.3㎡당 4000만원을 훌쩍 넘는 강남권은 중도금 집단대출이 막혀 웬만한 자금력으로는 청약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며 ”비강남권에선 대출이 가능한 곳이 많지만, 초기 부담이 커진 만큼 수요자의 접근도 예전보다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들의 조바심도 커졌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만4557건으로 전월보다 6.23%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12% 늘어난 규모다. 규제 이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금융결제원이 집계한 1~2월 전국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14.88대 1로 작년(4.01대 1)의 3배를 웃돌았다. 한 분양 관계자는 “대출이 더 깐깐해질 것이란 전망에 청약경쟁률은 높지만, 대출이 어려워지고 높은 금리 부담에 실제 계약률이 낮은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무주택 서민의 당첨 기회를 높인다는 취지와 달리 자금력을 가진 부자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줬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시세를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압박이 의도치 않은 용수철 효과로 이어지는 셈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1순위 자격 요건 강화 등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면서 시세 차익 기대감이 큰 분양단지로 부자들이 더 몰릴 것”이라며 “특히 고분양가의 재건축 단지들은 미래가치가 높아 자금력이 청약의 기본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압박으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문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자금력이 곧 청약시장의 새 기준이 될 수 있다는의미다. 정부가 강조한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시대는 끝났다’는 정책 취지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헤럴드경제DB]

앞서 정부는 8/2부동산 대책을 통해 9억원이 넘는 주택의 집단 대출을 막았다. 시공사가 직접 보증을 서고, 중도금의 40% 정도를 대출하는 방식이 도입됐지만, 이런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시공사가 보증을 서지 않아도 수요자가 몰리고 있어서다.

이런 현상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시세와 분양가가 풍선효과를 타고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수석부동산컨설턴트는 ”돈이 돈을 버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며 “대출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는 무주택자들의 꿈은 적어도 서울에선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주 감소와 분양가 제한이 건설사의 후분양을 앞당기는 촉매로 작용할 것이란 일부의 전망엔 물음표가 붙는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후분양제가 이뤄지면 수요자가 가졌던 시세 차익을 건설사가 갖게 돼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강제 규정을 두면 조달 금리 부담이 큰 지방 건설사들의 타격마저 커져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and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