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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인 차별·신체 변화…세상의 일면
흑인 여성이 흑인 아기를 낳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일로 부부는 헤어진다. 블랙이라고 다 같은 블랙은 아니기때문이다. 엄마와 달리 유난히 새카만 피부를 갖고 태어나 아기는 사랑받지 못하고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 못한다. 엄마의 손이 그리워 찰싹 때려주기를 기다리던 아이는 성인이 되자 헐리우드식 이름, 브라이드로 바꾸고 이미지 메이킹에도 성공한다. 화장품 회사에서 잘 나가는 브라이드는 파티와 자유분방한 성을 즐기는 나날을 보내다 마침내 오래 기다려온 ‘그 날’을 맞는다. 15년 감옥생활 끝에 가석방돼 나온 한 여성과의 만남이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여성에게 브라이드는 준비한 선물을 건네고 자신이 누구인지 밝힌다. 그러나 브라이드에게 돌아온 건 발길질과 주먹. 브라이드는 피투성이가 돼 문밖으로 내동댕이쳐진다. 그 여성은 다름아닌 브라이드가 여덟살 때 법정에서 성추행 교사로 지목했던 여교사다. 


주인공의 좀 특이한 행적을 좇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정신이 바짝 드는 순간이 있다. 브라이드의 신체에 어떤 변화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어떤 사건을 겪고 새로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몸의 털이, 가슴과 키가 작아지는 일들이 벌어진다. 몸의 충격적 변화 앞에 독자들은 머리가 복잡해진다. 대체 무슨 일이 그녀에게 일어나는 걸까. 카프카 ‘변신’의 21세기 판인가.

미국문학의 대모이자 흑인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토리 모리슨의 2015년 작.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강렬하다.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결핍 속에서 성장한 젊은 여성 브라이드와 어린 시절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젊은 남성 부커와 이들을 둘러싼 세계에서 우리 모습의 일면을 발견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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