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美, 철강 관세 유예했지만…불안한 ‘철강’, 더 두려운 ‘자동차’
- 4월 말까지 철강ㆍ알루미늄 추가 관세 부과 유예
- 철강업계 “관세 유예는 다행…불확실한 수출 상황 여전”
- 대미흑자 70% 차지하는 車, 한미FTA 협상대에 오를 가능성↑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미국 정부의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 추과 관세 부과 명령이 23일 발효된 가운데 한국이 관세 대상국에서 일시 제외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당장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관세 면제를 장담키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에 여전히 불안감을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철강을 ‘지렛대’ 삼아 통상 압박을 가하는 미국의 요구를 적절한 수준에서 막아내지 못할 시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분야에 통상압박을 받을 수 있고, 중국과의 ‘통상전쟁’에 동참하도록 요구받을 수도 있다. 

경북 포항의 한 철강회사 제품창고에 열연코일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23일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협상으로 관세가 유예된 것은 정말 다행”이라면서도 “이런 결과가 4월 말까지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3일 이후 미국에 도착하는 선적 물량에 대한 관세 부과를 면했다는 점에서 우선 안도하고 있다. 당초 관세 부과 명령 발효일인 23일 이전에 우리 정부가 ‘관세 면제국’이 되기를 희망했지만, 미국이 협상 기한인 4월 말까지 관세를 유예하겠다고 밝히며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 난항은 여전한 문제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미국까지 철강을 선적해 운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15일, 최대 60일”이라며 “도착 시점이 불안하기도 하고, 관세 면제 여부가 불투명하니 고객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 협상이 장기화됨에 따라 일단 철강업계는 특정 제품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품목 예외’ 신청 준비를 서두를 전망이다. 미 상무부가 품목 예외 심사를 마치기까지 최대 90일이 걸리기 때문에 4월 말까지 마냥 협상 결과를 지켜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철강 관세’라는 급한 불을 끄려다 자칫 더 큰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한미 FTA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철강을 지렛대 삼는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를 적절한 수준에서 막지 못할 경우 철강보다 더 큰 것을 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최근 미 하원 세입위원회에서 한국산 철강의 면제 여부를 결정할 ‘열쇠’가 한미FTA라고 시사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한미FTA에서 그 동안 비관세 장벽 역할을 해온 ▷안전ㆍ환경 기준 완화 ▷미국에 수입되는 한국산 트럭에 관한 관세 양허 일정 조정 ▷원산지 기준 개정 등 자동차 분야 추가 개방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대미 흑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 분야가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미FTA 외에도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유럽연합(EU)와의 협상에서 관세 면제 대가로 ▷철강과 알루미늄 대미 수출을 2017년도 수준으로 억제하고 ▷중국의 다양한 무역 왜곡 정책을 비판하며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철강 포럼에서 미국에 더 협조적일 것 ▷미국이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데 공조할 것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같은 내용을 우리에게도 요구, 우리 정부가 수용한다면 향후 중국과 통상마찰에 휘말릴 수 있다.

r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