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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워크레인 문제점 알겠는데…’ 국토위 졸속 통과
- 업계 “사고 원인 대책 따로국밥…또 사고나면 뭐라고 할려고…”
- 법안 처리 늦었다가 또 사고 나면 책임 우려 논의도 않고 의결
- 국회 간담회서도 ‘20년 연식 규제는 땜질식 처방’ 집중 비판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 대책 관련 발의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국토위는 지난 20일 전체회의를 열어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발의한 ‘건설기계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특히 이날 국토위는 해당 개정안을 비롯해 무려 60개의 법안을 처리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법안을 별다른 논의 없이 처리한 셈이다. 지난달 20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사전 간담회 등을 통해 정부의 대책이나 국회 발의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정작 소위와 전체회의 문턱은 낮았다. 이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만 남겨두게 됐다. 

[사진설명=국회 국토위는 지난 20일 타워크레인 안전사고 대책이 미흡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기계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도있는 논의 없이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타워크레인 대책은 지난해부터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대책이라며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대책의 핵심은 20년 이상 타워크레인 연식 조건부 제한과 부품 내구연한 신설, 검사 강화, 전문인력 교육 강화 및 자격제도 도입, 현장 안전관리 강화 등이다.

특히 이중에서 20년 이상 타워크레인 연식 조건부 제한을 두고 말이 많았다. 사실 지난해 9월 정부의 사고 원인 분석에서 장비 노후화에 따른 사고는 전무했다. 그런데 정부와 국토위는 20년 노후타워크레인을 문제 삼았다. 이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발생한 타워크레인 인명 사고도 모두 작업 매뉴얼상의 절차나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그에따른 대책은 없고 간단하게 장비를 새것으로 바꾸라는 이야기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업계는 실제 타워크레인 사고의 사고의 70~80%는 장비결함과 설치 철거 작업 전문인력 부족임에도 그에 대한 대책보다는 노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주장이다.

과거 사고 원인 중 장비 결함이 있었는데, 그나마도 제조사의 설계결함이나 규격에 맞지 않은 부품 사용 등이 문제가 됐다. 실제로 국내 타워크레인의 베스트셀러 기종인 ‘290HC‘에서 상단부를 받치는 주각부 균열과 인상(텔레스코핑) 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압실린더 파손 등의 결함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자 국토교통부는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올해 초에는 KNF중공업이 제작한 일부 기종에서 결함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 등에 사용 자제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따라서 타워크레인 업계는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장비와 전문인력의 수급 불균형에 따른 무리한 작업에 있다며 해외 인력 수입, 타워크레인 총량제 등이 훨씬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이학재 의원, 하태경 의원이 주최한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도 정부 대책과 국회 발의안이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간담회 발제 자료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수는 지난 2009년 2958대에서 지난해 6162대로 두 배 이상 늘었으나, 설치·해체 작업인원은 같은 기간 1292명에서 650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130여개의 설치·해체팀으로는 6000여대가 넘는 타워크레인 커버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 팀이 여러 현장을 오가는 겹치기 작업이나 비전문인력 투입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또, 일부 장비가 설계 및 재질 결함을 안고 있으나 제조사에 대한 리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연식 제한과 같은 규제가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간담회 토론자로 나선 장혁순 법무법인은율 변호사는 연식 제한이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고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공익보다 개인의 재산권 등에 대한 침해가 심할 경우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며, 타 건설기계와의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참가자들은 연식 규제보다는 총량제 및 해외 인력 수입, 제조사 리콜 제도 활성화 등을 제안했으나 토론에 참석한 국토부, 노동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뚜렷한 반박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를 주최한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정부에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권은희 의원은 “안전사고를 어느 한 가지 원인을 해소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전문인력 부족 등 오랜 기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학재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계속된 사고로 건설현장에서도 정부가 현장 상황에 맞지 않는 대책을 내놓았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회 내부에서도 실효성 있는 타워크레인 안전대책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정부와 국토위 소속 많은 의원들은 기존 대책을 밀어붙일 기세다.

국회 관계자는 “해당 개정안이 신속처리 대상으로 분류돼 있는데다 만약 지연시켰을 경우 사고 책임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된다”며 눈치보기를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대책이 시행된 후에도 사고가 계속 발생한다면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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