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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계패럴림픽 한국 첫 금메달 만든 베트남 아내 ‘금빛 내조’
노르딕스키 신의현 부인 김희선씨
2006년 19세에 베트남서 결혼이민
남편 대신 밤농사·집안일 ‘1인 4역’
체력위해 한·중식조리사 자격증도


“남편이 그동안 몸과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대단한 일을 해낸 것 같아요. 정말 자랑스러워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해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철인’ 신의현(38·창성건설)의 영광 뒤에는 베트남 출신의 아내 김희선(31) 씨의 금빛 내조가 자리하고 있다.

김 씨의 원래 베트남 이름은 마이 킴 히엔이다. 19세이던 2006년 신의현에게 시집을 온 후 시어머니 이회갑 씨가 작명소에 가서지어준 이름이다. 베트남 이름에 있는 ‘킴’과 ‘히’의 어감을 살렸다. 김 씨는 2006년 신의현과 결혼했다.

김희선씨(사진 맨 왼쪽)가 동계패럴림픽 첫 금메달을 딴 남편 신의현 선수 옆에서 웃고 있다.
[연합뉴스]

신의현은 대학 졸업 전날에 자동차를 몰고 가다 맞은편 차량과 충돌해 두 무릎 아래를 절단한 후 방황의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방에만 틀어박혀 상심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다 못한 신의현의 어머니 이씨가 베트남으로 가서 아들의 신부를 맞아들인 것이다. 김 씨는 “의현 씨의 인상이 좋기는 했는데, 운동하는 줄은 몰랐다”면서 “오늘과같은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결혼 직후 한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했다. 무엇보다 친어머니처럼 자상하게 대해주는 시어머니 이 씨를 ‘어머니’라고 부르고 따랐고, 시아버지 신만균 씨도 정성으로 섬겼다.

신의현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휠체어 농구를 시작하면서 집안일은 김 씨의 몫이 됐다. 김 씨는 충남 공주 정안면에서 알아줄 정도인 5만㎡ 터에 밤 농사를 크게 하는 시부모를 도왔다. 가을이면 밤을 줍는 게 큰일이었고, 밤을 창고로 실어나르기 위해 남편으로부터지게차 운전 기술까지 터득했다. 또 한국에서 운전면허 자격증까지 직접 취득해 자동차를 몰았다.

김 씨의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영양이 부족하기 쉬운남편을 위해 한식과 중식 요리사 자격증을 땄다. 시어머니 이 씨는 ”우리 며느리는 머리가 좋아서 무엇을 배워도 척척 습득한다”면서 “아들을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게 대견하면서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공주 정안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은겸(11)과 병철(9)도 아빠를 닮았는지 태권도에 소질을 보여 국내 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김 씨는 시부모 공양에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 집안일까지 ‘1인 4역’을 하고 있음에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천성적으로 긍정적인 성격 때문이라는 게 시어머니 이 씨의 귀띔이다.

김 씨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신의현에게 “메달을 꼭 따지 않아도 되니, 다치지만 말고 무사하게 돌아와 달라고”고 당부했다고 한다.

신의현이 메달을 못 땄을 때 위로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은 것도 아내 김 씨였다.

그는 “대회가 모두 끝나면 남편이 얼큰한 걸 좋아하니 김치찌개를 끓여주려고 한다. 또 육회도 좋아하니 의현 씨에게 물어봐서 맛있는 걸 듬뿍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문호진 기자/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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