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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춤추는 외식물가…식사는 하셨습니까?
어제 오후부터 비가 내렸다. 비가 오는 날엔 부침개 생각이 간절하다.

대부분이 농사를 짓던 조상들은 비가 오면 딱히 할 일이 없어져 술을 마셨다. 안주는 역시 부침개가 제격이었다. 부침개를 만들때 나는 소리와 빗소리는 매우 비슷하다. 비 오는날 부침개 생각이 간절한 것은 이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달아오른 프라이팬에 반죽을 올렸을때 ‘치~익’하는 소리는 비바람 소리와 유사하고 기름에 튀는 부침개 소리는 떨어지는 빗소리와 흡사하다.

빗소리에 기자 역시 부침개 생각에 입맛을 연신 다졌다. 당장 부침개에 들어가는 재료를 사러 식자재마트로 발걸음을 향했다. 어떤 요리든 재료가 풍성하게 많이 들어가야 맛이 나는 법. 그런데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순간, 옆에서 아내가 가격을 보고 “많이 올랐네”하며 물건들을 꼼지락거리기만 한다. 올라봤자 얼마나 올랐겠나 싶었는데, 정말 꾸준히 올랐나보다.

사실 지표상 물가인상은 뚜렷하다. 1월말부터 2월 초순께까지 전국을 강타한 한파의 영향으로 겨울 배추와 무, 풋고추, 파 등이 가격 상승세에 동참했다. 구체적으로 배추, 풋고추, 부추, 호박, 버섯 등 신선채소류는 전월대비 15% 이상 값이 올랐다. 


또 다른 식품군 가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최근 만두, 어묵, 즉석밥, 음료 등 가정에서 자주 먹는 먹거리 가격이 잇따라 오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해 눈치를 보던 업체들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할 수 있어 전 식품군 값이 널뛰기 할 조짐도 보인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부침개 재료를 사는게 부담도 되고, 갑자기 귀찮기도 하다.

“요리하기도 좀 그런데, 그냥 외식이나 하고 갑시다.”

다행히 아내도 반대하지 않는다. 동네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자주 가던 한식식당에 들어갔더니 메뉴표에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분명 얼마전만 해도 김치찌개가 6000원이었는데 가격표 중간에 ‘5’자 스티커를 붙여 6500원으로 고쳐졌다. 뿐만 아니다. 주류가격에도 스티커로 도배됐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얼마전부터 가격을 인상했다”며 “음식값이나 술값이나 500원씩 인상해봤자 아르바이트생 시급으로 다 빠져 나간다”고 한다. 주류업체에서 출고가를 인상하지 않았지만 식당에서 인건비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주류 가격을 올린 셈이다. 씁쓸한 표정을 눈치챘는지 사장님은 한마디를 보탠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올랐잖아요.”

동네 사장님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최저임금이 올해부터 16.4% 오르면서 김밥, 짜장면, 라면, 소주 등의 외식물가는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외식물가 상승 폭은 2.7%로 1년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1월에는 상승 폭이 2.8%로 더 커졌다. 지난달에도 2.8%의 상승 폭을 유지했다. 김밥천국은 지점에 따라 김밥 가격을 500원 가량 올렸다. 상당수 중국집도 짜장면과 짬뽕 가격을 500~1000원 올리면서 지역에 따라 일반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이 6000~7000원으로 인상됐다. 일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체도 가격을 올렸다. 이로 인해 음식점에서 외식을 하기 보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가공식품을 구입해 집밥을 먹는 이들이 늘어 나고 있다.

함께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아내가 “물가가 너무 올라 이제부터 외식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한다. “외식 줄이고 생활비를 절감해야겠는데 장바구니 물가도 계속 올라 걱정”이라는 말도 보탠다.

최근 서울은 전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여섯번째로 물가가 비싼 도시로 조사됐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전세계 생활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조사 대상 133개 도시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와 함께 공동 6위를 차지했다. EIU는 미국 뉴욕 물가를 기준점인 100으로 잡고 식품, 의류 등 160여개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을 반영한 ‘세계생활비지수(WCOL index)’에 따라 도시 물가 순위를 매긴다. EIU는 “서울은 1㎏ 빵과 와인 1병 값이 톱10 도시 중 가장 비쌌고 담배 20개비와 휘발유 1ℓ 가격은 상대적으로 싼 축에 속했다”고 했다.

과거 밥 못먹던 시절, 안부를 물으며 예를 갖춰 ‘식사하셨습니까’라고 인사를 주고 받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물론 밥못먹는 때는 아니다. 하지만 고공행진 물가로 인해 삶이 팍팍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 묻는다. 식사하셨습니까.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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