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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스토리]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740만 재외동포 자산 키울 것”
-20년 재단 역사상 첫 재외동포 출신 이사장
-LA폭동사건으로 재외동포 환경 돌아보게 돼
-“국익 강화 기여하는 재외동포 지원 고심중”

[헤럴드경제=신대원ㆍ문재연 기자]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의 얼굴과 몸짓에서는 의욕이 넘쳐났다.

한인 2세로 미국에서 오히려 더 높은 평가를 받던 고 김영옥 대령을 한국에 소개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한 이사장은 작년 10월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인 재외동포재단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에 외교관 출신이 아닌 재외동포가 임명된 것은 재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1956년 대전에서 태어난 한 이사장은 한국에서 30여년, 미국에서 재외동포란 이름으로 30여년을 살았다. 한국인과 재외동포로서의 삶을 모두 잘 알고 있는 그는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자리의 무게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재외동포 출신 첫 이사장으로서 재외동포들의 삶에 기여하겠다는 의욕은 자리의 무게감을 훌쩍 넘어 보였다.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20년 역사상 최초로 재외동포 출신의 이사장이다. 한 이사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인적분포는 100% 재외동포였다. 평화통일과 통일한국의 영속적 발전에도 재외동포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재외동포들에게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갖게하는 것은 국익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op.com ]

▶두 번의 군 입대, 고난의 이민생활=한 이사장의 삶은 지금은 세계 10위권 경제강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오랫동안 약소국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투영한다.

그의 삶에서 첫 번째 선택의 기로는 이민이었다. 가족들이 모두 이민 가 있는 상황에서 이민 준비부터가 쉽지 않았다.

그는 “그때는 한국 남성이 외국으로 나가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심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가려 했는데 유학비자가 나오지 않아 이민을 갈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 과정에서 군대에 두 번 입대하는 웃지 못 할 경험도 겪었다. 먼저 공군 사병으로 입대했는데 당시 정부의 이민장려정책과 가족들의 이민준비절차가 맞물리면서 8주 훈련을 마친 뒤 본의 아니게 제대를 해야했다.

이후 유학을 준비하던 중 가족들이 먼저 이민을 가고 유학 준비가 늦어지면서 스스로 국방부 인사담당자를 찾아가 자원입대해 두 번째 군 복무를 모두 마쳤다.

한 이사장은 “이민으로 군 복무를 피할 수도 있었지만 원칙을 지키자고 생각한 건데, 개인적으로는 나름 중요한 선택이었다”며 “지금도 어려운 순간이 닥치면 ‘내가 군대도 두 번 갔는데 이것도 못하겠어. 그래 원칙을 지키자’고 결정하곤 하는데 큰 자산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민 이후의 삶도 고단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며 “특히 당시 한국과 재미한인사회 위상도 오늘과 크게 달랐는데 미국인들이 아시아를 보는 시선 자체가 일본을 통해서 볼 때였다”고 말했다.

번역과 통역을 하는 다국적회사에 일하다 나온 것도 이 같은 편견 때문이었다. 이후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재미 언론사에 기자로 들어갔지만 한국과 재미한국인에 대한 편견의 장벽은 여전했다. 그러던 중 1992년 LA폭동과 한흑갈등은 그의 고민을 한층 더 깊게 했다.

한 이사장이 미국의 전쟁영웅 고 김영옥 대령을 만난게 된 것도 이때쯤이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한민국과 밖에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이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면서 “기자니깐 한국과 재미한국인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김영옥 대령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이란 책으로 묶어 냈고, 이 책은 이후 실제로 미국 내 한국과 재미한인사회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

▶“한국, 재외동포에 대한 고민과 철학 없다”=한 이사장은 한국 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해방 이후 역대 정부는 물론 지금 정부까지 재외동포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심오한 철학이 없고, 철학이 없다보니 재외동포 문제와 관련한 국가 차원의 전략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독립과 해방, 정부수립, 전쟁, 산업화, 민주화까지 식민지에서 출발해 생존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숨 가쁘게 살아온 탓이긴 하지만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초등학교 전체 교과서 중 재외동포와 관련된 내용이 들어간 교과서는 단 4권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한 이사장은 먼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과정에서 재외동포들의 역할이 간과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헌법에서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만 봐도 초창기 인적 구성은 100%, 재정은 50%를 재외동포가 기여했다”며 “그런데 현재 이 같은 내용을 알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독일통일을 언급하면서 평화통일을 위한 재외동포들의 역할과 정부의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베를린장벽이 지어질 때부터 통일을 준비했고, 통일이 임박해서는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은 물론 폴란드까지 찾아가며 설득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여론형성 작업을 펼쳤다”면서 “한반도 분단에 외국이 깊숙이 관여해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재외동포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적으로 743만명에 달하는 재외동포에 대한 예산이 613억원정도에 불과하다며 예산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재 정책 생산자 중심의 재외동포 정책을 실질적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단에 와서 보니 방한 정체성 교육을 한다고 하는데 어려운 국가에서 오는 동포들에 대해서는 항공료를 지원해주지만 비교적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 동포들에 대해서는 지원이 없더라”며 “실질적으로 선진국에 사는 동포들이 50%에 달하고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도 이들 국가의 동포들의 역할과 정체성이 중요한데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사느냐보다 어떻게 죽느냐가 중요”=한 이사장의 시선은 재외동포 권익향상과 재외동포 사회의 대한민국 국익 이바지를 향하고 있다.

한 이사장은 인터뷰 도중 “이민을 결정할 때 사람이 어디서 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제 돌아보니 진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죽느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지는 않았지만 재외동포라는 주변인ㆍ경계인의 삶을 살아오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을 맡게되면서 재외동포를 위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짙은 고민의 흔적이 묻어났다.

한 이사장의 고민은 당장에는 베트남으로 집중되고 있다.

그는 “지금 한국의 다문화가정이 20여만가구가 넘는데 그중 8만7000여가구가 베트남 여성과 한국 남성 결혼으로 생겨났다”며 “그런데 이중 30%가 이혼, 별거 형태로 이별하는데, 문제는 여성들이 아이들을 베트남으로 데리고 돌아가면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아이들의 82%가량이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는 우리 국민인데, 의료보험 혜택도 못받고 여권 갱신이 안되면서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다”며 “당연히 교육도 못받고 정체성도 사라지고 극심한 빈곤 속에 자라나면서 한국과 베트남 양국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베트남의 삼류시민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또 “베트남 내 혐한감정 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의 최대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가만 보고 있어서만은 안된다. 당장의 생존권부터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한ㆍ베트남 함께돌봄센터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베트남 5대 도시 중 하나인 껀터에 유엔인권정책센터와 베트남 여성연맹, 현대자동차의 지원을 받아 최초의 한ㆍ베트남 함께돌봄센터를 개설했고, 지난 12일 한국 도서 1500여권과 전통문화용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한 이사장은 “껀터를 시작으로 함께돌봄센터를 확대하려한다”며 “베트남뿐 아니라 평화통일과 통일한국의 영속적 발전 차원에서 재외동포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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