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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핵폭탄 안고 신차 판매 열올리는 폴크스바겐
[헤럴드경제 TAPAS=정태일 기자]“계약금 30만원만 내고 예약하세요. 5월 안에는 신형 티구안 받으실 수 있어요”

14일 찾은 서울의 한 폴크스바겐 전시장. 지난 1년 반 동안 한산하기 그지 없었던 이곳이 다시 고객모집에 한창이었다. 곳곳에선 예비 고객 명단을 체크 중이었고, 도로에 내걸 홍보용 현수막 작업도 진행되고 있었다. 파사트 GT에 이어 티구안, 아테온 등 폴크스바겐 신차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전시장 한 팀원은 최근 20일 동안 신형 티구안 사전 계약을 15대 가량 성사시켰다고 전했다. 


#티구안 초도물량만 1500대?

폴크스바겐 주요 딜러사들 사이에선 국내로 들어올 신형 티구안 1차 물량이 1500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하지만 티구안은 지난달 말에서야 국내 판매를 위한 모든 인증을 마쳤을 뿐 아직 생산이 시작되지도 않았다.

생산에 들어가도 배로 운송하고 통관을 마친 뒤 PDI 센터(차량 인도 전 사전 검사소)를 거쳐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2개월 이상은 족히 걸린다. 2월 1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파사트도 지난 13일부터서야 출고가 시작됐다.

그럼에도 물밑에선 고객 유치가 한창이다. 정식 사전예약이 시작되기도 전에 티구안은 4000만~5000만원, 아테온은 5500만원 가격대가 될 것이라고 영업현장에서 안내되고 있다. 

딜러사 자체적으로 아직 출시도 하지 않은 티구안, 아테온까지 사전예약 홍보를 하는 모습

#페북 페이지에선 악플이 쇄도

신차가 줄을 잇는데도 폴크스바겐을 향한 고객들의 평가는 예전만 못하다. 폴크스바겐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연일 부정적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재고떨이가 무슨 새로운 기준이냐, 아직도 호구인 줄 아냐’,

‘1000만원씩 할인해주면 모를까 안 산다’,

‘볼매가 아니라 불매다’,

‘바우처 100만원씩 주고 끝내는 건가’,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 해야죠. 절대로 죽을 때까지 사면 안되는 차라고’,

‘사과나 보상은 절대 없네’ 등등이다.

댓글만 모아놓고 봐도 불만을 넘어 혐오에 가까운 수준이다. 

신형 티구안
아테온

#올해 5000명 집단소송 선고 예정

이 같은 여론에 깔린 소비자들 감정은 ‘배신감’이다. 폴크스바겐(아우디 포함)이 전 세계적으로 디젤 배출가스를 조작한 가운데 국내의 경우 리콜 조치를 받은 차량은 12만5000대다. 인증 서류조작으로 2016년 8월부터는 대부분 모델이 판매가 정지됐다.

여기에 더해 폴크스바겐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1인당 1만달러를 보상했지만, 국내서는 100만원 상당의 자동차수리 쿠폰을 지급하는 데 그쳤다. 이 기업은 미국과 국내 법체계가 달라 이 같은 차이가 있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 분노만 키웠다.

결국 소비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 무려 5000여명이 참가한 집단소송으로 불거졌다. 구입한 차량을 반납할테니 당시 지불한 차값과 이자(연 5%)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이런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면 1인당 3000만원 손해배상금도 예비로 주장하고 있다.

작년 2월 시작된 집단소송은 1년 넘게 진행 중이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 바른 측 하종선 변호사는 TAPAS와의 통화에서 “이르면 6개월 안에 늦어도 연내 최종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어떤 결과가 나오던 간에 폴크스바겐에 핵폭탄과 같은 상황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패소하면 막대한 비용부담을 떠안게 되고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소비자 반발은 지금보다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폴크스바겐 로고를 변형해 디젤게이트를 조롱하는 모습 [출처=플리커]

#안방서도 패소하는 폴크스바겐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13일자(현지시간) ‘독일 법원들 흐름이 폴크스바겐에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폴크스바겐이 소비자들 집단소송에서 패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용된 평결문에 따르면 뒤셀도르프 법원은 “고의적으로 소비자와 당국을 속여 이익을 취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고, 슈트트가르트 법원은 “폴크스바겐이 공정성과 정의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들의 체면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폴크스바겐이 독일서도 소비자 보상을 하지 않아 자국 국민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받은 가운데 법원들이 잇따라 소비자들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국내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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