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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트럼프×김정은’, 세기의 리얼리티쇼가 시작됐다
미국 언론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자주쓰는 단어를 빌자면, ‘세기의 리얼리티쇼’는 이미 시작됐다. 5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간의 ‘북미회담’이다.

북미회담은 한반도의 운명이 걸렸다는 진중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얼마쯤은 경박한 뉘앙스를 포함한 ‘리얼리티쇼’의 면모를 이미 보여주고 있다. 김 위원장의 깜짝 제안과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이고 돌발적인 수용이 그렇다. 북미회담은 준비과정에서 실행, 사후 반응까지 미디어에 의해 ‘실시간 중계’가 되고, ‘주연배우’와 조연은 물론 시청자까지 포함한 각 주체들이 미디어가 생산하는 효과를 철저히 염두에 두고 움직인다는 의미에서도 그렇다.

미국 행정부의 관세 명령 발표를 두고 “트럼프는 관세 정책을 서스펜스를 동반한 리얼리티쇼처럼 펼쳤다”(뉴욕타임스)라는 보도가 있을 정도니, 북미회담에 대해선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벤 로즈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전 부보좌관은 북미회담을 두고 “부동산 거래나 리얼리티 쇼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미회담은 일면 ‘리얼리티쇼’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트럼프와 김정은 두 ‘주연’의 ‘연기’와 시진핑, 아베 신조, 블라디미르 푸틴 등 조연 혹은 관객들의 ‘반응’이 상호 변수로 작용하는 리얼리티쇼 말이다. 그 ‘시나리오’와 결말은 시청자(국제사회)의 반응과 촬영 현장의 상황, 배우들의 복잡한 심리 및 목표에 따라 대단히 유동적이다.

리얼리티쇼가 가지는 고유의 ‘돌발성’은, 북미회담의 경우 더 크다. 변수가 복잡하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성’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최근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까지 백악관 고위관료 중 절반 가까이 (43%) 사임했다. 수입산 철강 관세 명령은 공화당은 물론이고 자국내 재계ㆍ금융계의 반대 속에서도 강행됐고, 북미회담은 대북라인 공백상태 중에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리더십과 철저히 이해거래관계에 따른 ‘비즈니스맨’스타일의 정책결정, 그리고 11월 미 의회의 중간선거 등이 북미회담의 변수다. 북한으로선 이번 회담을 통해 양자간 평화협정과 수교, 체제안전보장 등이 목표로 꼽힌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정상국가 지도자로서 공인받는 무대로 활용할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중국의 셈법도 복잡하다. NYT는 “관세ㆍ대북 정책에서 트럼프의 예측불가능성은중국에 기회”라고 했고, 블룸버그는 “북미회담에서 중국의 목표는 양자간 (무력)충돌 가능성의 제거 보장”이라고 했다. 개헌으로 인한 장기집권 가능성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중국의 ‘자유무역 표방’과 남북, 북미간 회담이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거대한 ‘리얼리티쇼’에서 매우 제한된 권한을 가졌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은 ‘연출자’다. 일단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두 주연배우의 ‘섭외’에 성공했다. 그 다음 임무는 갖가지 돌발변수에 대응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일이다. 리얼리티쇼의 묘미는 ‘돌발성’이지만, 연출자는 그것까지 철저히 계산에 넣은 시나리오를 갖고있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앉은 ‘운전석’의 주행환경은 매우 불규칙하지만, 운전은 ‘예측가능한’ 경로와 목표로 가야한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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