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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근본해법과 거리 먼 백화점식 정부 성폭력 대책
정부가 8일 내놓은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대책’은 피해자들의 2차 피해방지와 신변보호, 관련 가해자 등에 대한 처벌강화가 그 핵심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처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 범죄는 법정형을 최대 10년까지 높이고 공소시효도 연장하기로 한 것 등이 그런 사례다. 미투(Me Too) 운동이 가장 활발한 문화예술계와 관련해서는 ‘특별 조사단’과 ‘특별신고ㆍ상담센터’를 설치 운영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직장에서의 신고 감독 및 권리구제를 강화한 것도 눈에 띄다.

성범죄 예방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정도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미투운동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지지언급을 했는데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서둘러 결과물을 만들어낸 흔적마저 묻어난다. 물론 위계에 의한 성범죄 등은 사회 구석구석에서 워낙 은밀하게 이뤄져 정부도 뾰족한 대책을 강구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조금은 더 세밀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이 이번 대책에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인 여성 근로자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대표적인 성범죄 사각지대로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도 제대로 항변조차 할 수 없는 여성이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피해 예방을 위해 외국인 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집중점검을 실시한다’는 단 한 줄 전부다. 이주여성 단체와 지원기관 등에서 외국인 여성 근로자가 성폭력을 일삼는 고용주에게 종속되지 않도록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 성폭력 근절대책에는 이런 내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의 신변보호와 가해자 처벌 강화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가해자의 엄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나마 마련한 대책인 만큼 차질없는 추진으로 실효를 거두어야 한다. 아울러 그늘진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구체적인 후속 방안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는 가운데 맞이해 그 의미가 더 각별할 것이다. 사회 전반에 횡행하는 성폭행은 성평등 의식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여성을 배려하고 우대하자는 게 아니라 동등하게 대우하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의 추방은 여기서 시작된다. 성평등 문화가 사회전반에 확산되면 자연스레 이런 후진적 현상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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