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다수의 여성들이 억압받는 현 시대에서 여성의 권리와 양성평등을 아우르는 ‘페미니즘(feminism)’ 운동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공연계에서도 그동안 여성들이 받은 차별과 선입견을 드러내고, 잃어버린 권리와 박탈당한 기회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연극, 뮤지컬을 잇달아 소개하고 있다.
안나는 늦은 나이까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남자들에게서 언어적·물리적 성희롱을 수도 없이 겪는다. 특히 저명한 평론가가 권력을 이용해 작가 지망생인 안나를 성추행하려는 장면은 지금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듯하다. 작품을 쓴 남성 작가 한정석은 “이번 극을 쓰면서 여성들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과 애로사항에 대해 알게 됐다. 사회적으로 커진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산울림 고전극장’을 통해 오는 4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5필리어’ 또한 여성 인권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을 담았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하는 비운의 여인 ‘오필리어’를 조명한다. 원작에서 오필리어는 사랑하는 연인 햄릿 때문에 미치광이가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번 작품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다섯 오필리어들이 다하지 못한 말을 털어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준삼 연출은 “오필리어를 보면서 현재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이 겹쳤다”고 말했다.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에 여성들이 쉽게 노출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특별히 누군가 겪는 일이 아니라 여성이라면 일상적으로 겪는 폭력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해 자살이든 타살이든 여성들이 죽어가는 현실을 극 속에 녹여낸다.
이달 22일 막을 올리는 연극 ‘아홉 소녀들’ 역시 소녀 9명의 잔인한 놀이를 통해 페미니즘, 성폭력, 차별, 왕따, 자살 등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소녀들은 부모 혹은 주위에서 보고들은 여성 편견에 관한 이야기들을 아프게 내뱉는다. 프랑스 현대 작가 상드린느 로쉬의 최근작으로,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한다.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