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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상수역 4번 출구로 나간 당신, 30대일지어다
[헤럴드경제 TAPAS=구민정 기자] 결국 되고 말았다, 스물 아홉.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은데 분명히 바뀐 것도 있다.


그중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변화 중 하나는 사람들과의 ‘약속장소의 이동’이다. 대학시절 왕십리역에 살던(지금은 상왕십리역에 사는) 나는 꽤 오랫동안 2호선을 따라 홍대입구역을 넘어간 적이 없다. 신촌과 홍대는 뻔질나게 다녀 [왕십리-상왕십리-신당- ... -이대-신촌-홍대입구]의 순을 외울 정도였지만 홍대입구 다음역부턴 도화지 였다.

하지만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홍대입구역은 단순히 합정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에게 ‘다와간다’고 말하기 위한 지표가 됐다. 어쩌다 나와 지인들은 홍대에서 합정, 상수로 옮겨갔나?


#방에서왜탈출해

홍대와 합정의 풍경을 떠올려본다.

홍대. 화려함과 혼잡함이 좋아 갔던 클럽가. 언제부턴가 인형뽑기방이 우후죽순 들어서더니 이어 ‘방탈출’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방 안에 갇힌 뒤 정해진 시간 안에 일련의 게임을 풀어야만 방을 나갈 수 있는 게임방인 셈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나는 금세 취미를 붙였지만 나의 지인들은 “기다리면 열릴텐데 굳이 돈을 내고 갇혀야 하냐”며 신문물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나는 취준생 때 알게 된 동생들과 겨우 방탈출을 가고 있다.

합정. 또래의 지인들과는 대신, 콩 볶는 내가 진동하고 소소한 파티의 현장을 연상케하는 로스터리 카페가 모여있는 합정동에서 모이는 횟수가 잦아졌다. 낮엔 커피와 수다를, 저녁엔 와인과 추억을 나누는 데 정을 붙였다.

또래들이 나이가 들면서 상수역 부근에 되돌아갈 수 없는 세대구분선이 생겼다. 그 선을 지도에 입혀보면 상수역 1번 출구와 4번 출구 사이에 놓인 독막로에 그어진다.

상수역 1번출구 방탈출 카페 위치 [사진=구글맵 캡처]
상수역 4번출구 로스터리 카페 위치 [사진=구글맵 캡처]

자, 그대여 상수역에 도착했는가. 만약 1번 출구로 나가는 당신은 스무살, 4번 출구로 나가는 당신은 서른살에 가까울 확률이 높다. 각각 방탈출과 로스터리 카페촌으로 나가는 방향이다. 첫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듯 상수역 부근 방탈출 업체들은 독막로를 기준으로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반면 로스터리 카페들과 북카페들은 두 번째 이미지에 표기된 바와 같이 상수역과 합정역을 잇는 독막로를 기준으로 남쪽에 모여있다.

#카페대이동

젠트리피케이션. 취직 준비를 하면서 수도없이 들어본 얘기지만 이곳 세대구분선 얘기에도 등장시킬 수밖에 없게됐다.
로스터리 카페들이 상수역 4번 출구 남쪽으로 ‘밀려나게’ 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방탈출이 모여있는 곳은 지난 20년 가까이 꾸준히 땅 값이 오른 홍대상권에 속한다. 비교적 넓은 부지가 필요한 로스터리 카페들은 주택가가 모여있어 땅값이 저렴한 당인리발전소 인근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땅값이 크게 오른 상수역 1번 출구 방향은 그래서 ‘가성비가 좋은’ 업체들이 들어섰다. 방탈출이 그러하다. 한 명을 기준으로 봤을 때, 방탈출이 시간당 2만원~2.5만원의 수익이 나는 것에 비해 커피는 그러하지 않다.

그렇게 카페들은 대이동을 시작해 남하했다. 이동한 카페와 함께 우리의 약속장소도 그렇게 옮겨진 것이었다.

※(주)다음 편에선 이와 비슷한 듯 다른 듯한 강남역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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