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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참하게 딸 잃은 슬픔·비통함…” 끝내 울먹인 판사
이영학 “사형” 판결문 읽으며
살해·사체유기 상세히 꾸짖어
피해 부모 생각에 말 못이어


“이영학은 딸 친구 사체를 안방에 두고 고기볶음밥을 태연하게 해먹었고 사체를 유기한 뒤 차 안에서 콧노래를 불렀다.”

판사는 이영학의 엽기적인 범행들을 정리한 판결문을 최대한 건조하게 읽어 내려갔다. 어조는 차분했지만 떨리는 목소리는 감출 수 없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이성호)는 21일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영학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준엄한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영학이 21일 오후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영학은 지난해 9월 30일 딸을 통해 A(당시 14)양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다음날 낮 목 졸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양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싣고 강원 영월군 야산으로 옮겨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이날 재판장에 등장한 이영학은 검정색 뿔태 안경을 쓰고 녹색 동복 수의를 입고 있었다. 재판 내내 고개를 떨구고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선고를 내리기 전에 이영학이 저질렀던 잔인한 범행을 매우 구체적으로 짚었다. 재판부는 “자신이 계획한대로 집으로 유인했고 실제로 14세 불과한 피해자에게 졸피뎀 성분 마약류를 먹였다. 피해자가 일어나자 얼굴에 젖은 수건을 덮고 입과 코를 있는 힘을 다해 누르고 ‘미안 내가 지옥에 갈게’라고 엽기적이고 사이코패스적인 이야기까지 했다”며 “가장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살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부가 이영학이 딸 친구를 어떻게 유인했고 살해했는지 상세하게 묘사하자 재판장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피고인석에 앉은 이영학은 고개를 푹 떨구고 있었다.

재판부는 이영학을 자기과시적이고 자신보다 약자를 통제하려고 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이영학은 자신을 아내와 딸을 끔찍하게 사랑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부정했다. “처에게도 자신의 계부와 성관계 하게 하고 딸을 이용해 기부금을 편취하고 엽기적인 범행도 가담시켰다. 딸을 위하는 마음도 없이 범행 수단처럼 사용했다”고 꾸짖었다.

선고 직전 이영학의 범행이 피해 부모에게 미친 영향을 읊을 때 판사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이영학의 잔인한 범행 수법을 읊을 때도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는듯 목소리의 톤 변화조차 보이지 않았던 판사였지만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면 감정을 추스르기 버거운 듯 보였다.

판사는 “피해자 유족이 이 사건으로 입었을 정신적 고통은 차마 짐작할 수 없을 정도”라며 울먹였다. 잠시후 “고귀한 생명을 잃은 부모의 슬픔과 비통함은 어떤 처벌로도 회복될 수 없다”고 말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이영학이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으며 재범의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영학은 재판과정 중 수사기관에 불만을 드러냈고 석방되면 형을 죽이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교화가능성 없어 보인다”며 “사회에 복귀할 경우 더욱 잔혹하고 변태적인 범행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영학이 사회에 등장하면 사람들은 공포와 긴장 감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형 선고가 나오자 이영학은 고개를 숙인 채로 안경을 벗고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재판장을 나갈 때까지 딸과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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