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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 - 작은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도로위의 얌체족] 빨간불 바뀔때 휙 ‘얌체운전’…교통사고 피해자 12% 신호위반
형사처벌 대상 중과실이지만
“노란불일때 주행했다” 당당
단속경찰에 ‘고함’ 대응하기도


#. “사거리 신호가 긴데 차라리 빨리 지나갈까?”

한 승용차 운전자의 잘못된 생각에 서울 은평구에서 용달 트럭 운전을 하던 김모(51) 씨는 올해 한 번도 일을 나가지 못할만큼 큰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12월 퇴근길 한 교차로에서 좌회전 중 마주 오던 차량과 사고가 나면서 김 씨는 아직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직후 경찰 조사 결과, 상대방 운전자는 다음 신호를 기다리기 싫어 빨간불로 바뀐 신호를 무시하고 사거리에서 속도를 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의 1톤 트럭은 충돌로 크게 부서졌고, 김 씨도 사고 충격에 허리와 목을 다치면서 지금까지 병원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보험금을 받긴 했지만, 몸을 다친 김 씨의 생활은 교통사고 한 번에 모두 무너졌다.

종로2가 교차로 휭단보도.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차량들이 횡단보도를 막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이른바 ‘도로 위 얌체족’ 탓에 사람이 다치는 교통사고가 연간 4만 건에 달하고 있지만, 운전자들의 인식은 크게 바뀌고 있지 않다. 교차로에서 자신의 편의만을 위해 신호를 무시하고 속도를 내는 등 신호위반 사고가 대부분으로 형사처벌 대상에 속할 정도의 중과실이지만, 단속 경찰에게 오히려 고함을 치는 등의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교통사고 인명피해 중 신호위반이 원인이 된 사고 비율은 전체의 12.1%인 4만여명에 달한다. 교통사고로 다친 사람 10명 중 1명은 신호위반 차량 때문인 셈이다. 주요 원인별로 따져보면 안전운전 불이행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대부분 빨간 불인 상황에서 급하게 진행하려고 신호를 무시하다 사고가 난 경우로, 과속(0.4%)이나 중앙선 침범(5.6%)과 비교해도 신호위반 사고 비율이 월등히 높다.

지난달 14일에는 전북 전주의 한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한 버스가 다른 승용차를 들이받아 안에 있던 형제를 모두 사망케 한 사고도 벌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교차로 신호가 빨간불로 바뀐 상황에서 버스가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로 진입해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버스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신호가 바뀐 것을 알았지만, 빨리 지나가려다 다른 도로에서 차가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경찰은 버스기사 A(57) 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교통안전 문제가 주목을 받으면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다행히 매년 감소 추세다. 지난 2006년 6327명에 달했던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 2014년 처음으로 5000명 밑으로 떨어졌고, 지난 2016년에는 4292명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신호위반 사고 위반 비율은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경찰이 단속에 나서더라도 오히려 뻔뻔하게 대응하는 얌체 운전자들이 많다. “노란 불일 때 주행했다”거나 “옆 차선도 위반했는데 왜 나만 잡느냐” 등의 불만이 대부분이다. 한 일선 경찰 관계자는 “단속에 나서더라도 교통 단속에 대한 운전자들의 불신이 커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현장 단속에 나서는 경찰들도 이런 다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사실, ‘도로 위 얌체족’은 자동차 운전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행자의 신호위반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016년 전체 보행사고 사망자 1714명 중 무단횡단 중이었던 사망자는 전체의 41.4%에 해당하는 709명에 달한다. 특히 무단횡단 사망자 비율은 매년 40%를 웃도는 수준으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전문가들은 신호위반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도로 위 얌체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신호위반은 교통사고 11대 중과실에 속하는 엄연한 범죄지만, 정작 실제 도로 위에서 운전자들의 경각심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호위반 사고의 경우 피해 차량이 상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도 상대적으로 크다”며 “특히 신호위반 교통사고는 11대 중과실에 해당해 최대 징역형도 선고받을 수 있는 범죄기 때문에 운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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