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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이 만남 피했다”…美, 뒤늦게 공개한 속내는?
북미대화 가능성 커진 현실
‘펜스 외교결례’ 美여론 악화
靑은 “확인해줄 사안 없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 기간 동안 ‘김여정을 만나려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가에선 북미 대화 가능성이 좀 더 커진 것이란 분석과, 펜스 부통령이 방한 기간 동안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미국 내 여론이 높아진 것에 대한 반박 차원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측은 “확인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로 방한했던 당시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만날 계획이었으나 북한 측의 막판 취소로 불발됐다고 펜스 부통령 측이 20일(미국 현지시각) 밝혔다. 양측의 만남 예정 장소는 평창 또는 청와대 두곳으로 압축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 올림픽 방한 기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일행을 만나려고 했으나 북한 측이 이를 취소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이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며 이 사실을 확인했다. 사진은 지난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펜스 부통령 뒷줄에 김여정 제1부부장 등이 앉아 있는 모습. [연합뉴스]

닉 아이어스 미 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북한이 펜스 부통령의 (북한 관련) 메시지를 부드럽게 하려는 목적에서 만날 약속을 잡았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아이어스 실장은 펜스 부통령이 북한의 인권상황을 규탄하고 새 경제제재를 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겠다고 하자 “그들(북한)이 만남을 피했다”고 덧붙였다. 아이어스 실장은 “북한이 어쩌면 (대화 테이블에) 앉는 데 전혀 진지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언급도 보탰다.

워싱턴포스트(WP)도 펜스 부통령 측 관계자를 인용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다음 날인 10일 한국을 방문 중인 펜스 부통령과 김 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예정됐던 비밀 회담 취소 이유는 북한의 거부 때문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펜스 부통령이 언급한 대북제재와 함께 탈북자들과 만난 것 역시 문제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에서도 북미 간 접촉이 예정됐던 사실은 극소수만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이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을 만나려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14일 미국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독재자의 여동생을 회피한 것이 아니라 무시한 것이다. 어떤 관심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날 펜스 부통령이 김여정 제1부부장을 만나려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김여정을 무시했다’고 한 자신의 발언은 거짓으로 확인 된 것이다.

외교가에선 펜스 부통령의 말바꾸기가 백악관 분위기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백악관 내 북미대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펜스 부통령이 방한 당시 김여정 제1부부장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은 ‘잘못된 일’이란 비판이 거세지자, 책임을 북한측에 넘기기 위해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펜스 부통령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들(김정은 정권)이 비핵화를 향한 의미 있는 조치라고 동맹국들이 믿는 어떤 것을 실제로 할 때까지 압박이 없어지는 일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펜스 부통령측의 이날 발언은 나빠진 미국 여론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CNN은 “펜스 부통령은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와 함께 탈북자들을 만남으로써, 그리고 여러 차례 북한에 대해 강경하게 언급함으로써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지적했다. CNN은 또 펜스 부통령이 남북 단일팀이 개회식장에 들어섰을 때 자리에 앉은 채 박수를 치지 않은 것에 대해 품위 없이 처신했다면서 저급한 행동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펜스 부통령이 청와대 지난 9일 리셉션 장소에 들어왔다가 헤드테이블에 앉지도 않고 5분만에 행사장을 떠난 것에 대해서도 외교 결례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청와대는 ‘확약한 것이 아니라 결례가 아니다’고 했고, 백악관 역시 ‘결례 사안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펜스 부통령의 방한 및 동선에 대해선 여전히 적지 않은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한편 청와대 측은 펜스 부통령 측이 이날 김여정 제1부부장을 만나려했던 사실을 공개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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