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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통상폭격]통상압박에 노동현안 산적…내우외환에 산업계 휘청
- 최저임금ㆍ근로시간 등 노동 현안 진척 없는 가운데 美 전방위 보호무역 공세
- 태양광ㆍ세탁기ㆍ철강이어 반도체ㆍ車까지 추가전선 확대될까 산업계 노심초사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산업계가 극심한 내우외환에 휘청이고 있다.

설연휴 이후 최저임금 제도개선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등 굵직한 노동 현안으로 진통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의 대한(對韓) 통상압박까지 더해져 전방위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6일(현지시간) 한국의 철강제품에 53% 관세폭탄을 매기는 방안을 현실화하면서 산업계에서는 세탁기와 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에 이어 반도체, 자동차까지 추가적으로 미국의 보호무역 전선이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對韓 보호무역 총공세…반도체ㆍ車 다음 타깃되나= 이번 미 상무부가 발표한 철강 관세폭탄에서 주목할 점은 동맹국 중 유일하게 한국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산업계는 미국의 무역보복이 주요 교역국 중 한국에만 집중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며 막대한 피해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주요 우방국 중 우리나라만 포함됐다. 대체 기준이 뭔지 알 수가 없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은 대미(對美) 철강 수출국 3위다. 지난해만 32억6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의 철강을 미국에 수출했다. 미국의 주요 철강 수입국인 캐나다, 일본, 독일 등 전통적인 우방국은 빠지고 한국만 유일하게 포함돼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발 글로벌 무역전쟁에 한국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화학, 철강 등 주요 수출품목을 모두 수입규제 품목에 묶어놓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미국의 통상압박이 세탁기, 태양광 패널, 철강에 이어 반도체, 자동차로 전선이 확대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한국은 미국에 연간 280만대의 세탁기를 수출하는 미국의 최대 세탁기 수출국이다. 세이프가드 발동 조치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을 앞당기는 등 공급물량에 차질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고육지책으로 현지 세탁기 가격 상승을 예고하기도 했다.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역시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화큐셀과 LG전자,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등이 미국에 수출하는 태양광 전지와 모듈 매출은 많게는 2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2016년 기준 대미 태양광 셀ㆍ모듈 수출액은 12억9960만달러(약 1조3904억원)였다.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의 68%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미국의 무역보복에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의 불안감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자국 기업들의 특허침해 주장을 받아들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특허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ITC가 특허침해를 인정하면 해당제품은 수입이 금지된다.

반도체까지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에 포함되면 한국 경제에 미칠 타격은 치명적이다. 미국은 한국의 반도체 수출 3위국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53조6500억원) 가운데 35조2000억원이 반도체부문에서 나왔다. 전체 영업이익의 65% 수준이다.

자동차 업계도 살얼음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ㆍ2차 개정협상에서 미국 측은 자동차분야를 불공정 무역 사례로 집중 공략했다. 한미 양국은 자동차부품과 관련한 ‘자동차 원산지’ 쟁점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이 한국을 대상으로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기업들의 자구책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 통상 당국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ㆍ근로시간ㆍ한국GM…노동현안 산적=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경영 환경 또한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당장 노동 현안은 첩첩산중이다. 최저임금 제도 개선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가 진통을 겪는 가운데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까지 겹치면서 쏟아지는 노동 이슈로 산업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20일 최저임금위 3차 전원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을 논의한다. 앞서 최저임금위는 지난달 31일 전원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노동계가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의 편향적 발언을 지적하며 사퇴를 요구해 회의가 파행됐다.

3차 전원회의에서도 노사간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영계는 현재 기본급과 일부 고정수당에만 국한된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며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상여금 등을 산입범위에 포함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의 정책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도 교착상태에 빠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는 현행 근로시간인 주 68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면서 휴일수당은 평일의 1.5배 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당 일부 강경파와 노동계에서 평일의 2배를 줘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홍영표 환노위원장은 “2월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꼭 처리해야 한다”고 한 만큼 이번엔 합의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여기에 지난 13일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산업계가 또 한번 휘청이고 있다. 군산공장을 폐쇄하면 군산공장 직원 2000여명은 물론 협력업체 직원 1만여명까지 고용이 불안해진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책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3월초에는 사회적 대화 정상화를 위한 2차 노사정대표자회의도 개최된다. 업계에서는 세부안건과 구체방안이 논의돼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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