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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조우호 덕성여대 독어독문과 교수]대학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려면
4차 산업혁명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독일이 발전한 황금시대는 18세기 말 이후 수십 년이다. 이때부터 핵심적 역할을 한 기관은 대학이었다. 당대 바이마르공국의 작은 대학인 예나 대학교는 괴테의 주도로 새로운 사상과 융합적 학문, 자연과학의 중심지가 되었다.

당시 예나대학의 역사학 교수를 역임했던 대문호 쉴러의 제자를 자처한 훔볼트의 주도로 19세기 초에 설립된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는 독일 대학교육의 이념을 완성한 대학으로 평가된다. 이후 독일의 대학은 새로운 이론과 학문, 과학기술,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였고, 서양의 학문사를 새로 쓴 수많은 학자들을 배출하고 20세기 초반까지 노벨상 수상자들의 집결지였다. 지금도 그 전통은 유지되고 있다.

우리의 대학은 어떤가. 학문과 대학교육의 전통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기 전에 일본과 미국 식의 대학교육이 당연한 것처럼 이식되었고, 미국 대학에서 공부한 수많은 인사들이 한국 대학의 학문과 교육을 주도했다. 그것을 폄하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일정 부분 그 공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 평가의 방법과 기준이 사설 평가기관의 마케팅과 권력의 수단이 되고 이에 잘 적응하는 대학은 우수한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는 시스템은 문제다. 이것을 굳이 미국식이라 하고 싶지 않다.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이식하는 우리가 문제일 뿐이다.

우리의 대학은 생존을 위해 학문과 대학교육에 대한 질을 높이는 대신 마케팅과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열중했다. 많은 대학은 학문적 능력이 검증된 전문가들과 학자들을 교수로 영입하기보다는 대중의 주목을 받거나 권력의 자리에 있었던 인사들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직함의 교수로 불러들인다. 그들은 학문과 전문성에서 대학과는 상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에서 소위 연예인과 방송인들이 가르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최소한의 학문적 능력은 검증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강연에 대학의 직함이 굳이 필요 없지 않을까. 이렇다 보니 대학은 외연적 확장과 이미지 마케팅에 열중하고 학문적 능력과 전문성에는 관심이 적고 당연히 그에 대한 투자도 적을 수밖에 없다. 속빈 강정에 다름 아니다.

대학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양적 발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고 전문성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성과 창의성, 미래 지향성은 여기서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이것들은 소수의 거대 대학들에서 기대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들 것이며 그 효과도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요소들은 소규모의 대학들에서 적은 자원으로 비교적 쉽게 실현할 수 있다. 근대 독일의 바이마르 공국과 최근 미국의 소규모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는 여기서 강한 시사점을 준다.

21세기에 대학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자 미래 사회를 선도하는 핵심기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에서는 창의적 이론과 융합적 학문, 새로운 과학과 기술이 생겨나야 하며, 이것이 가능하자면 혁신과 자율이 동시에 요구된다. 혁신은 조직과 인물의 혁신, 콘텐츠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하며, 자율에는 합리적 평가와 지원이 함께 있어야 한다. 대학 정책에서 구조개혁이라는 표현은 주로 조직의 개혁과 학생 정원의 축소만을 의도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 혁신으로 적절하지 않다. 또한 이것의 연장선에 있는 현재 교육부의 대학 평가는 합리적 평가라 하기에는 미흡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진정한 혁신을 이룰 수 있게 유도하며 정부가 올바른 지원을 하는 것에 관심을 두는 현장 중심의 정성적 평가가 절실하다.

알려진 것처럼 독일 경제와 산업의 세계적 경쟁력은 소수의 대기업이 아니라 많은 강한 중소기업에 있듯이 한국 대학의 경쟁력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즉 한국 대학의 교육과 학문적 전문성을 강화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중소 규모의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게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부의 평가도 여기에 맞춰 정성적 평가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학은 21세기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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