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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일자리 볼모로 정부 흔드는 GM, 진정성 보여야
미국 제네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GM의 부실을 해결할 방편으로 우리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요청한 가운데 그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시기와 방법은 물론 그동안 GM의 글로벌 사업 철수 전력 등을 보면 ‘일자리’를 볼모로 우리 정부를 압박해 원하는 것을 얻어가려는 이기적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정부는 GM 본사 측과 자금 지원에 대해 논의한 사실을 인정했다.

GM측 요구사항은 한국GM에 대한 3조원 안팎의 증자 참여, 대출 재개, 세금 감면 등이다. 산은과 금융위에는 증자와 대출 재개를 요구하고 기재부와 산업부 등에는 재정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높은 인건비와 판매 부진 등으로 한국GM이 어려움에 처했으니 우리 정부가 도와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기관과 업계 안팎에서는 GM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 본사가 한국GM에 의도적으로 부진을 떠넘긴 게 아니냐는 각종 의혹에서다.

먼저 높은 매출원가, 고리의 본사 차입금 문제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2조 원 가량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도 6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같은 적자가 미국GM 본사 측의 의도에 의해 더 크게 불려졌다는 의심을 사고있다는 점이다.

한국GM의 매출원가율은 2009년부터 90%대에 진입했고, 2015년 97%, 2016년 94%를 기록했다. 수출 비중이 큰 한국GM이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본사에 차를 팔아 이익을 내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한국GM 측은 “연구개발비 등을 회계상 보수적으로 처리하느냐 등의 차이”라고 해명했다.

한국GM이 미국GM으로부터 고리의 이자를 물고 자금을 빌렸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GM이 운영자금 부족을 이유로 글로벌GM(GM홀딩스)로부터 수년간 2조4000억원을 차입했는데, 이자율이 연 5%로 높아 과도한 이자를 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GM 측은 국내 금융권이 대출에 소극적이어서 GM관계사를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 밖에 없었고, 산업은행 우선주 배당률(최고 연 7%) 보다 낮기 때문에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GM의 글로벌 사업장 철수 전력도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GM은 지난 2001년부터 2012년까지 호주 정부로부터 1조7000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으면서 호주 공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2013년 지원금이 끊기자 곧바로 철수를 결정했다. 우리 정부의 혈세로 한국GM을 도와도 GM이 배정할 신차 물량 효과가 반감되는 3~4년 후에는 다시 철수설이 불거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시기와 태도도 마찬가지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다 한국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것도 GM으로서는 ‘꽃놀이패’나 다름없다.

산은은 작년 3월 주주감사권 행사를 통해 한국GM의 매출 원가와 본사 관리비 부담 규모 등 116개 자료를 요구했지만 GM 측은 6개만 제출하고 나머지는 “기밀 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한국GM이 3조원 안팎의 증자를 추진하면 2대 주주인 산은(한국GM 지분 17.02% 보유) 은 5000억원 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속’을 알지도 못하고 자칫 수천억원의 혈세를 들일 판국이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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