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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 화학사업으로 간다”…‘올레핀’ 돌직구 날리는 정유사들
- GS칼텍스, “MFC 진출…연간 120만톤 올레핀 추가 생산”

- 정유4사 일제히 ‘정유 딛고, 비정유 진출’

- 화학업계, 납사 수급ㆍ에틸렌 공급과잉 우려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전통 화학사업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주력업종인 정유업이 유가와 환율 변동에 취약하고 성장의 한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되면서,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화학사업에 진출해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복안이다. 최근 정유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영역은 올레핀 계열의 ‘정통’ 화학사업이다. 기존에 해오던 아로마틱(방향족) 계열 사업보다 ‘화학회사’라는 타이틀에 한발 더 다가간 행보다.

GS칼텍스는 약 2조원대 금액을 투자해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에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짓는다고 최근 발표했다. MCF는 기존 화학사들이 보유한 NCC(납사크래커)의 일종으로, 납사 뿐만 아니라 LPG, 부생가스 등의 유분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는 시설이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제공=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는 MCF를 통해 석유화학 기초 유분인 에틸렌과 중합 과정을 거친 폴리에틸렌(PE)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에틸렌 70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 등 연산 120만톤의 올레핀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그동안 정유ㆍ석유화학 업계에서는 GS칼텍스의 화학 사업 진출 움직임을 두고 ‘어떤 설비로 어떤 제품을 생산하느냐’에 촉각을 세워 왔다. 이번 발표로 GS칼텍스는 납사를 원료로한 생산시설을 도입하고 에틸렌부터 다운스트림인 폴리에틸렌까지 생산하는 것을 명확히 했다.

업계에서는 GS칼텍스가 화학사업의 기본이 되는 올레핀, 그 중에서도 에틸렌에 뛰어든 데 대해 ‘돌직구’를 날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업계 종사자는 “NCC를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는 전통 화학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느냐에 있어 중요한 구분이 돼 왔다”면서 “GS칼텍스는 이번 MFC 신설 발표로 제대로 화학사업에 발을 들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OIL은 이보다 앞서 올레핀 계열 진출을 선언했다.

NCC 신설이 아닌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를 통해서다. 4조8000억원이 투자된 두 설비는 올해 하반기 상업생산에 돌입한다. RUC를 통해 얻어진 프로필렌(PP)을 ODC에 돌려 폴리프로필렌(PP), 산화프로필렌(PO) 등 다운스트림까지 생산할 예정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고도화 시설을 통해 정제마진도 높이고, 올레핀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도록 한 영리한 방식을 썼다”고 높게 평가했다.

현대오일뱅크도 롯데케미칼과 합작하는 형태의 NCC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09년부터 일본 코스모오일, 네덜란드 쉘, 롯데케미칼, OCI 등 국내외 화학업체와 합작사업을 추진해온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1970년대에 NCC에 진출해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키워놓은 상태다. 현재는 범용 화학제품 중심 사업구조를 고부가 제품군으로 확장 사업에 나서고 있다.

당분간 올레핀계 화학제품의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들어 중국 정부가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하면서, 새 플라스틱 생산을 위한 PE, PET 등 원료에 대한 역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작년 1월 평균 에틸렌-납사 스프레드는 톤당 629달러에서 올해 1월 19일 톤당 776달러까지 급증했다.

한편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기존 화학사들은 정유사들의 사업 확장을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납사 수급 문제와 에틸렌 공급 과잉이 실적을 끌어당길 잠재적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수영 롯데 화학부문BU장(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은 지난 1월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이에 대해 “위험하게 생각하고 있다. 큰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말한 바 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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