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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로또 못판다고?”편의점이 뿔났다
온라인 판매 시행…판매장 계약 단계적 해지
점주들 “이제 자리잡았는데…편의점만 규제”
고객들도 “접근성 좋아 편했는데…” 불만


#. 서울 마포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윤모(36) 씨는 회사 앞 편의점에서 로또복권을 종종 산다. 그에겐 무료한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이다. 추첨일을 기다리다보면 한주가 그나마 빨리 가는 것 같기도 하다. 복권 판매점을 찾아가지 않아도 담배나 음료수를 사며 함께 구입할 수 있다보니 거의 매주 잊지 않고 사는 편이다.

정부가 오는 12월 온라인 로또복권 판매 시행과 함께 법인 판매장 계약을 단계적으로 해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편의점주들이 술렁이고 있다. 로또 판매 법인은 GS리테일(GS25), BGF리테일(CU), 씨스페이스로, 실제 판매는 가맹본부와 계약한 편의점주들이 하고 있다. 지난 6일 만난 서울 시내 로또판매 편의점주들은 “다른 판매점은 놔두고 왜 편의점만 규제하느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로또복권 용지에 숫자를 표기하고 있다. 연말께부터 편의점에서 로또복권 판매가 중단될 것으로 보이면서 일부 고객과 점주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55) 씨는 “직장인이 많은 동네이기도 하고 근방에 (로또) 파는 곳이 없다보니 수시로 사러온다”며 “경기가 어려울 수록 많이 팔리니까 요즘 (구매자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판매가 어느 정도 자리잡히니까 이제와 못하게 한다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김 씨 뿐 아니라 다른 편의점주들도 복권시장이 호황인 시점에서 판매권을 박탈한다는 데 불만을 토로했다.

7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4조15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3조8855억원)보다 7.0% 증가한 것이자 역대 최고금액이다. 복권위는 5년 내 복권 판매액이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로또 판매 수수료는 판매금액의 5%(부가세 포함 5.5%)로, 이를 점주와 가맹본부가 나눠갖기 때문에 판매 자체 수익은 크지 않다. 다만 편의점주들은 단순 수수료 장사보다 로또를 사러왔다가 이것저것 구매해가는 효과를 더 크게보고 있다. 마포구 한 오피스텔 내 편의점에서 일하는 점원 박모(42) 씨는 “로또 사러와서 음료수도 사가고 하니 아무래도 판매 효과가 크다”고 했다.

일부 편의점주는 정부가 자신들을 영세 사업자가 아닌 대기업 프랜차이즈 운영자로만 인식하는 데 불만을 표했다.

서대문구 북가좌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58) 씨는 “로또 덕분에 편의점에 안오시던 어르신들이 단골이 됐다. 연초부터 최저임금 때문에 인건비에 뭐에 힘든데 그것(로또 판매)까지 못하게 하면 어쩌라는 거냐. 편의점만 죽어라 죽어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편의점주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도 “대기업 체인이라도 편의점 사장들은 다 영세업자인데 점주들만 계속 죽어나간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계상혁 전국편의점협회장은 “사회적배려 대상자가 아닌 법인이 판매권을 가진 것에 문제 제기가 있었던 건데, 판매권은 가맹본사에 있어도 판매는 일반 점주들이 한다. 그간 점주들이 손님 유치를 위해 서비스 차원에서 해왔던 걸 이제와 뺏는다는 건 황당한 일”이라며 “다른 판매점들과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점주들의 혼란이 예상되며, 최소 2~3년의 유예기간이라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들도 접근성 높은 로또 구매처가 사라질 수 있다는 데에 떨떠름하긴 마찬가지다.

이날 마포구 한 편의점에서 만난 홍모(31) 씨는 “친구들과 술먹고 들어가는 길에 숙취해소음료 살겸 편의점에 들러 다같이 로또를 사곤 했는데 그런 재미가 사라진다면 아쉬울 것 같다”고 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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