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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교수]평창과 평화 사이
예전 88 서울 올림픽을 기억할 수 있는 세대는 이번 평창 올림픽 분위기가 그렇게 달아오르지는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번 평창 올림픽이 서울 올림픽과 비교해서 분위기가 뜨겁다고 생각되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서울 올림픽 당시에는 우리 사회의 분화 정도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서, 온 국민이 올림픽 열풍에 휩싸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다양화와 분화정도가 상당해져서 국민적 관심사가 예전보다는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하나의 이유로 작금의 한반도 위기를 들 수 있다. 한반도 위기 상황에 더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견도 제시될 수 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화해 가능성이 높아져 한반도 위기가 해소될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됐기 때문에, 오히려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논지도 펼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현재 한반도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잘못짚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와 같이 한반도의 위기가 남북 간의 충돌 혹은 북한의 대한민국에 대한 도발로 야기된 것이라면, 남북 화해 분위기가 한반도 위기지수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한반도 위기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 인해 형성된 국제사회 대 북한의 대립구도가 그 본질이기 때문에, 남북 간의 화해 가능성이 과연 위기해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우리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미국과 북한의 조우를 주선하고, 이를 발판으로 미북회담을 성사시키려고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런 우리의 구상과 미국에 대한 북한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북한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방남 대표단 단장으로 보낸다고 통보했다.

김영남은 일단 명목상의 국가원수이기 때문에 펜스 부통령이나 아베 총리와 급이 맞으며, 동시에 김영남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직접적인 관련자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 측이 북한과 접촉함에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할 수 있다. 이는 북한도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까지만 보면 우리 측의 구상이 어느 정도 들어맞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금 미국 측은 우리 측에게 북한과 펜스 부통령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펜스 부통령은 탈북자들과 함께 천안함을 추모비를 방문하고, 미군 부대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행보는 미국 측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가 전혀 없음을 증명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비슷하다. 아베 총리도 북한에 대한 미일 공조를 분명히 하기 위해 온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포기가 대화의 전제인 반면,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미국과 북한이 머리를 맞댈 확률은 희박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대화를 하다보면 실마리가 찾아질 것이라는 얘기는 의미가 없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우리나라 외교의 중심은 미국과 북한의 대화 주선자로서의 역할보다는 미국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으며, 우리의 입장을 미국의 행동에 최대한 반영시키는 것이어야 했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의 외교가 미국의 신뢰를 얻는 데 충분했는가 하는 점이다.

만일 아쉬운 점이 있다고 판단되면 지금이라도 보완해야 한다. 외교는 열정과 순수한 의도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있는 게임이고, 게임 참가자가 모두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지금 우리는 이런 원론적인 측면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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