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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초빙교수]안전점검의 허와 실
제천에 이어 밀양에서 잇달아 화재로 인한 참사가 발생하자 청와대는 ‘화재 안전대책 특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최근 총리실은 자살ㆍ교통사고ㆍ산업재해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또 행정안전부는 5일부터 54일 간 ‘국가안전대진단’을 추진해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시설관리주체, 국민 모두가 참여해 30만개 위험시설의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예방활동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등 정부가 긴박하게 대응을 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안전진단 점검대상 총 30만 개소 중 중소형 병원이나 다중이용시설 등 6만 개소를 ‘위험 시설’로 분류해 전수 점검에한다. 전수 점검에는 관계부처와 지자체 등으로 구성된 합동점검단이 나서고 사유시설 소유자나 관리자의 자체점검에 ‘점검자 실명제’를 도입해 점검 뒤 실명이 기재된 결과보고서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사실 ‘국가안전대진단’은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2015년부터 과거의 해빙기 점검을 확대해서 시행한 정책으로 새로울 게 없다. 해빙기에는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이완되면서 곳곳에서 사고가 일어나곤 한다. 이를 예방하는 효과가 적지 않고 어떻든 전혀 점검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기때문에 대대적으로 일제점검을 시행하는 정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번에는 특히 점검실명제를 실시하고, 사후관리도 강화하는 등 내실을 기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점검에 내재된 본질적인 문제도 같이 해결해야 더 높은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우선 점검의 질이 문제다. 우리는 큰 사고가 날 때마다 대체로 유사사고가 우려되는 곳을 일제점검하곤 한다. 그러나 동시다발적 일제점검에는 질적인 한계가 불가피하다. 일본의 경우 2012년 사사고 터널 사고가 발생한 이후 도로시설물 전체에 대해 5년을 목표로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하고 있는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점검이 점검에 그치지 않을까도 사실 우려스럽다. 점검은 의사의 진찰행위에 해당하는데, 병을 찾았으면 즉시 치료를 하거나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치료를 하는 게 맞다. 붕괴ㆍ화재와 같은 사회재난, 풍수해 등의 자연재난에 관련된 위험요소들은 관련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금도 정기적으로 점검ㆍ진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점검과정에서 지적된 위험요소(병)들 중 상당수가 예산 사정 등의 이유로 그때그때 적절한 조치(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가 한번 더 들여다보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부는 이미 점검했던 사항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그 실태를 면밀히 살펴봤으면 한다.

다른 하나는 시설물의 노후화와 같이 위험을 시간의 경과와 함께 점차 증가되는 장기적 위험요소와 공사장 사고와 같이 계속 변동하는 위험요소로 구분한다면, 장기적 위험요소는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효과적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순간순간 위험요소가 살아 움직이는 변동위험은 상시감시를 통해서만 그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이 상시적 감시시스템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미흡한 게 사실이다. 이 문제는 일회성 점검의 횟수를 늘리기보다는 상시적 감시시스템을 포함한 관련 제도와 관행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 이상으로 뜯어 고쳐야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법적 관리의 사각지대가 많은 것도 문제다. 일례로 일본의 교량수가 약 70만개인데 국내는 약 3만개에 불과하다. 이것은 일본은 연장 2m이상의 교량이 법적 관리대상임에 반해, 우리는 연장 20m 이상이기 때문이다. 2013년에 발간된 토지주택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964년부터 2007년까지 44년 간 총 7533개의 크고 작은 도로교가 홍수시 떠내려가거나 붕괴됐다. 자연재해로 치부되고 있지만, 상식을 초월한 숫자의 이면에는 법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허점이 있다. 하물며 서울의 주택재고가 약 300만호가 넘는데 법적 관리 대상 건축물은 1%에도 못 미치는 3만개 동에 불과하다. 성수대교 붕괴이후 비상상황에서 만들어진 시설물안전법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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