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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위한 최고의 선물, 여행”…소비자들, 아낌없이 긁었다
‘일하려 쉰다’→‘놀려고 일한다’ 트렌드 변화
맛집탐방·스파·휴식…‘스몰 럭셔리’ 인기
호캉스族 늘며 평일 가족단위 호텔투숙 급증
출국자 급증 속 카드사 해외결제도 ‘껑충’


#1. 세돌이 지난 큰 아이와 13개월 된 막내를 둔 A(38)씨는 지난해 12월 연차를 소진하면서 2박3일 동안 ‘호캉스(호텔+바캉스)’를 떠났다. 호텔 안 수영장과 놀이시설을 돌며 휴가를 보냈다. 식사도 호텔 식당을 이용하다보니 비용은 100만원이 훌쩍 넘었다. 웬만한 동남아시아 패키지 여행 비용에 버금갔지만 A씨는 아깝지 않았다. “애들 식사 챙길 걱정 없이 편하고 재밌게 놀다 왔으니 이만한 휴가가 없네요”

#2. 육아 휴직중인 B(34ㆍ여)씨는 벌써 여행만 4번을 다녀왔다. 지난해 5월 연휴와 여름 휴가, 추석 연휴에 맞춰 제주도와 일본 등을 돌다 연말에는 친정 어머니 환갑을 기념해 아이를 시어머니께 맡기고 2박3일 ‘모녀여행’까지 다녀왔다. B씨는 “직장에 다닐 때에는 휴가를 내기가 눈치 보여서 휴직중일때 가급적 여행을 많이 다니려 한다”며 복직하는 다음달 전까지 한 번의 여행을 더 고려중이라 전했다.

지난 몇 년간의 소비 트렌드를 꾸준히 관통해왔던 것은 ‘나를 위한 소비’였다. ‘큰 것’일 필요는 없었다. 업무에 시달리다 오아시스처럼 만나는 점심 시간을 위해 맛집을 탐방하는 것부터가 ‘나를 위한 소비’의 출발이었다. 최근에는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을 뜻하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의 줄임말)을 중시하는 트렌드까지 겹치면서 여가를 알차게 보내는 것이 ‘나를 위한 소비’의 정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카드사부터 이 같은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신한카드의 분석에 따르면 평일에도 호텔을 찾는 여가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호텔에서 발생한 카드 소비를 요일별로 보면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등 평일에 발생한 소비가 2년 전보다 20% 이상 늘었다. 목요일, 금요일에 호텔에서 발생한 카드 소비도 2년 전보다 16%씩 늘었다. 평일에도 호텔을 찾아 식도락이나 스파, 여행을 즐기는 수요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주말을 맞아 장거리 외출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외출 수요가 많은 4월~6월까지를 살펴봤을 때, 주말(31일) 중 집에서부터 10㎞이상 떨어진 지역에서 카드 소비가 발생한 경우를 보면 지난해가 3년 전인 2014년보다 빈도수가 더 많아졌다. 지난해 4~6월에 있는 주말 31일 중 열흘 이상 장거리 외출을 한 비중이 3년 전보다 2%포인트 많아졌고, 5일 이상 외출한 비중도 2%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내수 소비를 끌어올린 것도 여가에는 아낌없이 지출하는 트렌드 덕분이다. 지난해 4분기 카드 승인금액은 192조7000억원, 승인건수는 46억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3%, 10.7% 늘었다. 승인금액을 통계청에서 제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맞춰 살펴보면 여행과 관련된 분야의 성장률이 특히 두드러진다. 운수업에 쓰인 카드 승인금액은 4조34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3% 늘었다.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 분야에서도 카드 승인금액이 전년보다 12.4%나 증가했다.

여신금융연구소는 “소비자의 여행 수요 증가로 인해 여행사 및 기타 여행보조 서비스업종에서 카드결제가 늘어났다”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출국자는 매년 두자릿수의 신장률을 기록중이다. 2016년에는 전년보다 15.9% 늘어난 2238만명이더니, 일년새 18.4% 더 불리며 지난해는 2650만명으로 팽창했다. 내국인 면세점 매출도 지난해 12월에만 2조9279만원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18.3%나 늘어난 규모를 과시했다.


올해는 이 같은 수요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에 대한 관심은 더 뜨거워졌고, 정부도 마침 근로시간 단축을 눈여겨 보고 있다. 기업들도 ‘주 52시간 근무’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신한카드는 2018년 소비 트렌드를 경기회복과 소비활성화를 기대하며 새로운 성장에 눈을 뜬다는 의미로 풀어가면서 ‘여가의 시대’를 첫 손에 꼽았다. 일과 여가의 균형을 강조하는 분위기와 이를 뒷받침하는 소비가 올해도 여전히 강세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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