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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산업혁명시대…고용 아닌 ‘경제모델’ 고민하라
“향후 20년 안에 임금제 고용에 기초한 사회는 소멸할 것이다.”

이 폭탄발언의 주인공은 ‘기술과 시간’‘자동사회’ 등의 저서를 통해 기술만능, 기술혐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독창적인 사유를 펼쳐온 세계적인 기술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레르다. 그는 저널리스트 아리엘 키루와의 대담으로 이뤄진 ‘고용은 끝났다, 일이여 오라’(문학과지성사)에서 자동화기술이 가져올 임금 고용의 종말을 냉철하게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고용’과 ‘일’은 개념이 전혀 다르다. 노동자가 봉급을 받는 활동은 고용에 속한다. 반면 일은 보수를 받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앎을 풍요롭게 하는 활동, 앎을 표현하는 활동이다. 즉 개인화, 발명, 창조, 사유 등이 진정한 일에 속한다. 스티글레르에 따르면 고용은 표준화, 기계적인 반복, 동기 박탈만을 양산하며 실업의 위협을 가함으로써 계속 고용되기를 바라도록 만드는 잔인한 활동이다. 일을 할 줄 안다는 건 자동성을 획득하고 내면화해 창조할 줄 아는 능력을 갖는 것이지만 일관공정에 따라 파편화된 작업을 하는 고용은 이런 활동을 철저하게 차단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이런 고용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아마존은 창고관리의 완전자동화를 추진하고 있고, 무인 점포를 확산시켜 나갈 참이다. 일본 3대 은행은 AI와 로봇을 도입, 향후 10년 간 3만2000여명의 직원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랜들 콜린스는 앞으로 30년 안에 미국에서 고용이 70퍼센트까지 줄 것으로 봤다.

스티글레르는 4차산업혁명의 흐름에 맞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고용을 창출하려 애쓰는 건 쓸데 없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혁신, 규제완화라는 말로 고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 새로운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의 대안은 프랑스의 예술인 실업급제도(앵테르미탕)을 모델로 한 새로운 재분배방식이다. 사용가치가 아닌 실용적 가치에 기초해 긍정적 외부성을 창출하는 기여소득, 임금에 의한 재분배가 아니라 사람들의 기여에 기초한 재분배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공정하고 경제적으로 이성적인 재분배가 가능할 것으로 그는 내다본다. 스티글레르의 제안은 혁명적이지만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는 이행기에 여러 논의와 실험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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