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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서 검사 사태 본질은 만연한 남성중심 문화 깨뜨리는 것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법조계에서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현직 법조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글이 매일 수십건씩 쏟아지고, 법조인 단체의 지지성명도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검찰 내부 게시판에도 서 검사를 지지하는 메시지가 연일 줄을 잇는다고 한다. 특히 전ㆍ현직 여검사들은 자신이 겪은 유사한 피해 사실들을 언급하며 검찰의 남성중심적 문화를 실랄하게 비판했다. 서 검사가 근무하는 창원지검 통영지청엔 각계의 응원 꽃다발이 밀려든다는 점만 봐도 사회적 관심과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번 사태는 검찰의 낡은 조직문화를 개혁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성 평등이 정착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검찰이 31일 발족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을 위한 조사단’ 역할이 중요하다. 여성 1호 검사장인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단장을 맡고 부단장도 여성 부장검사다. 검찰내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근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니 일단 기대가 크다.

하지만 검찰 자체적으로 꾸린 조사단이라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 만큼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사례는 뿌리 깊기 때문이다. 이게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조 단장과 조사단이 조사 결과로 말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서 검사 사태를 통해 검찰의 자정 기능 상실은 재차 확인됐다. 적어도 이를 바로 잡는 역할을 조사단이 해줘야 한다. 국민들이 매의 눈으로 그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서 검사가 겪은 일은 그 개인과 검찰 조직에 국한되지 않는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심지어 가정에서도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말과 행동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불이익이 두려워 말 조차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 삼키는 피해자가 한 둘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남성 중심 문화가 그 원인이다. 이를 깨뜨리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인 셈이다. 서 검사가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저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 할 것이다.

서 검사가 피해를 당한 8년 전에 비해 검찰문화도 많이 달라졌다고 하나 그 근본은 변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조사 결과 보다 더 중요한 건 검찰 스스로 거듭 나겠다는 의지는 보이는 것이다. 누구보다 사안의 엄중함을 검찰 내부에서 절감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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