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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화폐 올인, 분노ㆍ우울ㆍ폭력까지 이어진다
- 전문의들 “가상화폐 집착은 일종의 ‘투기 중독’”
-“가상화폐 부자에 대한 박탈감, 사회 불신 조장”
-”운동ㆍ지인 만나기 등 통해 잊으려고 노력해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지난해 하반기부터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 받았던 가상화폐 시장.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가상화폐 광풍이 한바탕 몰아닥쳤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잇단 정부의 규제 방침에 관련 시세가 급락하면서 우울과 분노를 호소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가상화폐 등에 눈 돌리지 않고 묵묵히 제 일을 해 온 사람들 중 일부도 ‘가상화폐로 재미를 봤다’는 사람을 지켜보며 허탈감과 상실감에 빠지고 있다.
이 같은 비정상적 상황에 대해 대부분 정신건강 관련 전문의들은 “가상화폐에 올인하는 행태는 일종의 투기(投機) 중독”이라며 “일부 가상화폐 투자자의 성공 사례에 허탈감을 느끼면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화폐에 몰두하게 했거나 박탈감을 느끼게 한 환경을 떠나는 것이 이런 문제를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여행, 운동, 지인 만나기 등을 통해 가상화폐에 대한 생각을 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정신건강 관련 전문의들은 “가상화폐에 올인하는 행태는 일종의 ‘투기 중독‘”이라며 “”가상화폐에 집착하게 한 환경을 탈피, 여행, 운동, 지인 만나기 등을 통해 가상화폐에 대한 생각을 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 모습. [연합뉴스]

▶“비정상적 가상화폐 열풍, 도박 중독의 일종이라 볼 수도”=전문의들은 가상화폐에 빠져 심지어 직장까지 그만두고 올인하게 되는 현상을 일종의 투기 중독이라고 봤다. 적은 노력으로 큰 돈을 얻으려는 욕심 탓이라고도 했다. 한창수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표출된 상징은 과거에도 로또, 주식, 부동산 등이 있었다. 이런 생각이 가상화폐로 옮겨진 것”이라며 “투기를 투자로 착각하게 하는 중독“이라고 말했다.

정선용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도 “지금의 가상화폐 열풍을 보면 시장에 뛰어든 사람 중 대부분이 돈을 투입하는 대상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지는 상태로 보인다”며 “위험도를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박 중독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가상화폐 시장에 투자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중독으로는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도형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보통 중독하면 알코올, 마약, 니코틴 등 물질 중독을 생각하지만, 특정 행위를 지속하지 않으면 불안, 초조, 안절부절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행위 중독으로 간주한다”면서도 “투자를 하는 모든 사람을 다 문제가 있거나 중독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김봉석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중독은 그로 인해 신체적ㆍ직업적ㆍ사회적ㆍ가족적ㆍ정신적 문제가 생겨야 한다”며 “(가상화폐 열풍을)중독이라는 표현하는 것은 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부자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사회적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가상화폐에 빠져 실망하게 되면 분노, 우울과 함께 탈모, 두통 등의 증상이 올 수 있다. 돈을 잃었지만 자신이 한 일이어서 이를 풀 대상이 없기 때문에 화병과 비슷한 울분 장애에 빠질 수 있다.

한 교수는 ”분노, 우울과 함께 화가 많이 난다. 속으로 삭이는 사람은 우울증, 울분 장애 등으로, 밖으로 표출하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묻지막폭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자주 깜짝 놀라고, 심장이 멎을 것 같고. 탈모, 두통, 위장병 등이 나타나지만 검사해도 별 이상이 없는 신경성 신체 증상도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도 ”정선카지노 앞에 있는 사람과 비슷하다”며 “내성적 사람일수록 스스로에게 분노해 우울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가상화폐로 재미를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탈감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사회적 불안정성을 조장할 수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병이라기보다 일종의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분노, 의심, 우울 등의 증상이 올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런 허탈감은 2030세대가 미래를 더욱 불확실하다고 느낄 수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교수도 “가상화폐로 벼락부자가 된다는 것은 사회가 안정되지 않았다는 신호”라며 “이를 지켜보는 사람을 박탈감, 분노, 의기소침에 빠지고 사회에 대한 불신에 빠진다. 한탕주의가 사회에 만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폐인’에서 벗어나거나, ’가상화폐로 왜 돈을 벌지 못했을까‘ 하는 상실감에서 벗어나려면 가상화폐를 생각나게 하는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했다. 계속 상황을 지켜보던, 이런저런 루머를 접하던 PC, 휴대폰 앞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일확천금을 노리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한 교수는 “갑작스럽게 공돈이 많이 생기는 투자는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정부에서도 이런 경제적 조언을 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PC 앞에서 벗어나는 등 가상화폐를 떠올리는 환경을 환기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운동 등 취미를 즐기거나 지인을 만나는 것 등이 좋다”고 했다.

정 교수는 “돈을 많이 벌었다 해도 준비되지 않은 부(富)는 불행을 가져올 수 있다. 운으로만 돈을 버는 것은 불행의 전 단계가 될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이 정신 차리라고 하면 이미 중독이니, 다른 사람의 말을 귀 담아 들어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도 “소문, 허상 등에 속지 말아야 한다. 주식. 경마 등에서도 소문은 많지만 실제로 크게 이득을 본 사람들은 많지 않다”며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가상화폐에 올인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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