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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건축 부담금 탓에 장기보유 매물도 실종
25일부터 양도허용 유명무실
매도자 “손익계산”으로 주저
매수자 “투자해도 남는게...”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장기보유 조합원 지위 양도 물량이 나오면 꼭 알려달라고 통사정을 하던 사람이 다시 전화해 상황을 좀 지켜보자며 끊었다”(서초구 G공인중개사)

지난해 8ㆍ2부동산 대책 이후 금지됐던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 조합원 지위양도가 오는 25일부터 장기 보유자에 한해 풀린다. 대상자는 10년 이상 소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1가구 1주택자다.

재건축에 따른 높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기회로 여겨졌다. 워낙 양도 가능 조건이 까다로워 매물 자체가 희귀할 것으로 예상돼 일찌감치 물밑 경쟁도 치열했다는게 강남권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매수 희망자 입장에선 장기 거주 매물은 비교적 동ㆍ호수가 좋은데다, 직접 집주인이 잘 수리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설사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더라도 전월세 수요가 뒷받침될 수 있어 투자 우선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1일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의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 환수부담금이 평균 4억4000만원에 달한다고 밝히자 시장은 적잖은 충격을 받고 있다. 국토부 발표대로 부담금이 부과되면 재건축 투자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다음 카드로 유력시되는 분양가상한제까지 시행되면 재건축 사업성은 더 낮아진다. 더군다나 다주택 투자수요라면 강화된 양도소득세까지 떠안아야 한다. 세무조사 등 국세청의 조사도 날로 강화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라도 지위 양도 물량을 매수하려면 집값 상승률이 받쳐줘야 하지만 공격적인 투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칼날이 워낙 서슬퍼런 상황에서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숨을 고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위 양도 대상이 되는 집주인들도 고민에 휩싸이긴 마찬가지다. 사업 초기 단계의 재건축 아파트 주인들은 상황을 길게 보고 ‘시간싸움’을 할 수 있다. 언젠가는 정책이 바뀔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재건축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돼 예상 부담금이 눈앞에 던져진 단지의 장기 거주자는 손익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대로 계속 보유했을 때 예상 수익과 환수 부담금을 저울질 해야하고 반대로 지금 매도할 경우 장기보유에 따른 양도세 혜택을 고려해야 한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장기 보유자는 워낙 집에 대한 애착이 커 당장은 쉽게 포기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적다”면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판단이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지위 양도 매물이 나오더라도 워낙 소량이라 시장 자체에 큰 충격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도자 우위의 강남 재건축 시장이 (정부의 잇딴 규제로) 갑자기 매수자 위주로 시장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매도자와 매수자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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