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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박춘섭 조달청장]차세대 전자조달시스템 재편 시급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국가는 흥망성쇠의 과정을 겪게 된다. 한때 유럽, 북아프리카, 중동지역 등을 통치했던 고대 로마제국도 건국, 융성기, 안정성장기, 쇠퇴기를 거쳐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도 생명주기가 있다. 하나의 생명체처럼 탄생에서 사망까지의 과정을 ‘계획수립-요구분석-설계·개발·시험-유지보수-폐기’로 구분하고 있다.

지난 2002년 구축되어 국제적으로 투명성과 효율성을 인정 받아온 국가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가 올해로 16년차를 맞고 있다. 최근 나라장터가 국가의 ‘쇠퇴기’, 소프트웨어의 ‘폐기단계’에 와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사용자가 몰리는 연말이나 실적증명 신청과 지방재정 마감 시즌인 2월이 되면 시스템의 처리속도가 급속히 떨어지게 된다. 심할 경우 입찰 마감시간에 투찰을 못해 입찰을 연기 하거나 대금 지급이 늦어지는 과정에서 나라장터 사용자가 심한 불편을 겪곤 한다. 이는 사용자수가 당초 나라장터 구축 시 예상했던 것보다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나라장터 재편작업을 서둘러야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기로 비유하면, 나라장터는 자가 발전기를 직접 보유해 자체 생산해 쓰는 형태다. 연평균 자원사용률이 16%대 임에도 최대 전력수요에 대비해 평소에도 100%의 발전용량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자원 낭비가 심한 구조다. 자가 발전기를 보유하지 않고 수시로 한전의 전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사용한 만큼만 요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사용자들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런 맥락의 ICT기술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네트워크에 접속해 이용하는 기술이다. 클라우드 기술을 나라장터에 적용하면 자원사용의 유연성이 높아져 적은 비용으로도 유연하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조달청은 나라장터의 재편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3년에 걸쳐 약 5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에는 우선 나라장터 전면개편 정보화전략수립(ISP : Information Strategy Planning)사업을 추진하고, 내년 설계ㆍ분석을 거쳐 오는 2020년 구축할 계획으로 있다. 최신 ICT 기술인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 중심의 전자조달시스템을 구축하고, 26개 자체전자조달시스템을 나라장터에 단계적으로 통합해 예산의 중복 투자를 방지하는 ‘통합 관리체계 구축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중 블록체인 분야는 전자문서 위·변조 방지와 통합인증체계 구축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 또한 클라우드 기반의 차세대 전자조달 플랫폼 제공방안을 마련하고 유연한 자원 확장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나라장터 인프라 구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빅데이터ㆍ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적용한 지능형 전자조달 기반 마련을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나라장터는 국내의 5만 여 공공기관과 35만 여 조달업체가 연간 87조원의 물품과 공사 계약을 하는 ‘공공입찰 국가기간전산망’이다. 게다가 공공입찰은 기술력 있는 창업ㆍ벤처기업을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등 산업정책지원의 산파역을 수행하고 있다. 국가기간 전산망이 자칫 폐기단계로 몰릴 수 있는 위기국면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나라장터를 차세대 공공조달통합시스템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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