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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고 살겠다는데…왜 방해하나” 지하철 불법 상인들 되레 반발
지하철 보안관 단속 동행취재
사법권 없어 상인과 다툼 예사


“안전 점검 나왔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 지하 1층 승강장 인근의 매장 앞. 서울교통공사 서비스안전지원사업소 소속 윤병준(36) 반장과 김민호(33) 지하철 보안관의 외마디에 상인들이 ‘미적미적’ 매장 밖으로 나왔다. 김 보안관은 “여기 마네킹, 이 의류 좀 치워달라”며 상인들에게 공손하게 요청했다. 상인들은 침침한 표정으로 김 보안관의 지시에 따랐다.

한 조로 활동하는 이들은 주로 지하철 역과 플랫폼에서 보따리를 짊어지고 물건을 파는 ‘이동상인’과 합법 매대에서 허가 받지 않은 상품을 파는 이른바 ‘깔세’를 단속한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영업을 하는 건전한 상인들도 많지만 불법 상인들도 상당수다.

이들이 하루에 도는 점포만 100여 개에 달한다. 보안관들은 매대가 매장을 넘어서 위치하고 있는지, 소화전이 제 위치에 놓여있는지 여부와 상품이 방화문에 닿아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 그만큼 점검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 가운데 보안관들을 피곤하게 하는 것은 깔세다. 이동상인들은 철도안전법에 따라서 처벌이 가능한 반면, 깔세는 처벌 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아울러 음식과 음료 등 이동상인들이 판매하지 못하는 상품도 판매한다. 여기서 위생적인 문제가 더러 발생하곤 한다.

윤 반장은 “환풍기를 설치하지 않거나 일부러 끈 채로 음식을 파는 깔세들이 많은데, 그런 경우엔 전 역에 음식냄새가 퍼져 크게 애를 먹는다”고 털어놨다.

보안관들은 종종 상인들과 다투기도 한다. 철도안전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가 가능한 보안관들이지만 사법권은 없는 이들이다. 이런 사실을 아는 상인들이 보안관들의 시정 조치를 외면하곤 한다.

윤 반장은 “사법권도 없는 것들이 영업을 방해하냐며 언성을 높이는 불법 상인이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민들의 차가운 시선도 보안관들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요소다. 두 보안관은 주로 노인이나 청년 불법상인에게 시정을 요구할 때 시민들이 보안관들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 보안관은 “노인 상인을 단속하다 보면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왜 먹고 사는 걸 방해하냐고 화낸다’”며 “그럴 때면 서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적은 인원과 열악한 군무 환경도 보안관들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오전반인 두 사람의 근무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까지. 하루종일 서서 일한다. 단일 종목 3단, 도합 7단의 무술 경력을 갖춘 두 사람이지만, 장시간의 ‘선 근무’는 고된 일이라고 했다.

윤 반장은 “보안관들의 본부인 뚝섬 서비스안전지원사업소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출동하는 시스템”이라며 “뚝섬에서 도봉산, 연신내 같이 먼 동네까지 순찰을 다녀 오려면 힘이 쭉 빠진다”고 했다.

김 보안관은 “현재 보안관은 400여명, 상가반은 50여명의 인원이 운영중”이라며 “1~4호선은 이 인원으로 운영이 가능하지만, 5~8호선은 무방비상태에 놓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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