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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사 사찰 사실로…‘윗선’ 규명 요구 등 후폭풍 불가피
-일선 판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문책론 제기
-760개 추가 ‘뒷조사 파일’ 내용 규명도 과제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대법원이 특정 성향의 판사들을 별도로 관리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광범위한 사찰을 지시한 ‘윗선’을 규명하라는 요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부장판사)는 22일 “조사 결과 법원행정처가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다수 법관들에 대한 여러 동향과 여론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정황이 나타난 문건이 상당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의 판사 동향 보고가 2015년 중점적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이 때 법원행정처 사무를 총괄한 책임자들을 대한 진상 조사 요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부 판사들 사이에서는 당시 법원행정처에 재직했던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처장과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차장은 물론 양승태(70·2기) 대법원장까지 관여 여부를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시기 대법원은 소수의 사건만 선별적으로 3심 재판 대상으로 삼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국회를 상대로 입법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법원 자체적으로는 이미 사직한 관련자들을 강제적으로 조사할 방법이 없고, 잘못이 드러나더라도 공무원 신분을 벗어난 이상 징계할 수도 없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선 법원행정처가 일선 판사 사찰을 한 사실이 맞다면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형법 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은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당해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홍승욱)가 사건 내용을 검토중이다.

‘문책론’ 못지 않게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진 760여개의 파일 내용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는 법원행정처 컴퓨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비밀번호가 설정되거나 삭제된 파일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검찰이 대법원을 상대로 강제수사를 벌이는 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고, 특검 등 별도의 수사팀을 꾸리는 것도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 추가 진상 규명이 이뤄지기까지는 현실적인 난관이 예상된다.

조사위가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법원행정처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을 맡은 판사들의 동향을 조사하고, 내용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등 사법신뢰를 저해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위는 이밖에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 필요성을 토의한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축소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경선 개입 ▷사법행정권 개선을 위한 위원회 후보자 성향 분석 ▷인터넷상의 판사 익명 카페 동향 보고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특정 판사 외부 기고글 분석 및 소셜네트워크 댓글 동향 등을 직접적으로 다룬 문서를 다수 확보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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