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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투자 ‘4대공식’이 깨졌다
전세가율 높으면 투자가치 없고
경매는 매매보다 비싸도 사고
정부 규제는 집값 상승 신호 인식
재건축 기대로 낡은 아파트 더 인기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투자 상식으로 통하던 것들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는 전문가가 많다. 대출을 규제해도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는다. 실수요가 탄탄한 지역 집값은 오히려 침체를 보인는 현상도 나타난다.  깨진 주택시장 상식 4가지를 정리했다.

▶전세가율 높은 주택 사라?=전세가율(전세가 대비 집값 비율)이 높은 지역은 일반적으로 실수요가 탄탄하고, 집값 하락 위험이 적은 곳으로 간주됐다. 내집마련을 하려면 전세가율 높은 주택을 사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은 집값 상승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목적이라면 전세가율 높은 주택은 피하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도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2월 기준 서울 강남구(55.9%), 서초구(56.4%), 송파구(61%) 등 강남권은 물론 용산구(58.6%), 영등포구(65.7%), 양천구(66.9%) 등 인기지역 전세가율은 가장 낮은 편에 속했다. 반면, 의왕(84.2%), 군포(83%), 용인(81.9%), 서울 성북구(81.3%), 고양(80.6%), 의정부(80.6%) 등은 집값이 잘 오르지 않는 곳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는 지방 도시를 보면 모두 전세가율이 높다"며 "수도권에서도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이 나뉘고 있는데, 높은 지역은 투자가치가 없는 지역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는 매매보다 싸야 제맛?= 경매는 일반적으로 매매시장 보다 집을 싸게 구할 목적으로 뛰어들었다.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80%만 넘어도 매매시장의 급매물 보다 비싸게 살 우려가 있으니 주의하라고 경고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경매는 싸게 낙찰 받아도 권리분석을 잘 못하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명도비용’ 등 위험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경매는 매매시장에서 구하지 못하는 물건을 찾는 보안 수단이 됐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평균 97%를 넘더니 올 들어 104.1%까지 급등했다. 감정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게 낙찰되는 것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매시장에 처음 나오는 ‘신건’ 낙찰률(경매물건 대비 낙찰물건 비율)은 36%로 이 회사가 통계를 작성한 2001년 이후 가장 높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서울 인기지역 아파트는 매매시장에서 매물 자체가 없다 보니 경매에 나오면 무조건 일단 낙찰 받고 보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경매가 매매시장보다 싸게 사려는 수단이 아니라 매매에서 찾지 못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과 거꾸로 가면 실패?=‘정부와 싸우지 마라’는 건 오래된 부동산 투자 상식이었다. 부동산 투자에서 정부 정책 방향은 가장 중요한 투자 나침반이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규제라고 평가받는 ‘8.2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집값 상승세는 더 가팔라졌다. 올 들어 서울 재건축은 주간 상승폭이 1% 이상 뛰면서 역대 가장 많이 오르고 있는 중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책은 적어도 단기간에는 부동산시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최근엔 정부가 규제를 내놓으면 오히려 집값 상승 신호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낡은 주택 피하라?=시간이 지날수록 건물가치는 하락한다. 오래된 아파트 시세가 낮게 형성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2월 지은 지 20년 이상 된 수도권 아파트는 0.5% 올랐다. 준공된지 5년 미만의 새 아파트(0.2%)보다 상승폭이 두 배 이상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 가운데 재건축, 리모델링 등 대상이 많다”며 “개발 호재가 있으면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 때문에 투자 목적의 낡은 아파트 시세가 더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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