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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에 발목 잡히는 통합신당
박인숙·김세연의원 탈당 뒤엔 ‘지역구…’
국민 통합반대파도 ‘광주 민심때문에…’


‘지역’이 국민의당ㆍ바른정당 통합을 붙잡고 있다.

통합 직전 당에서 나온 이들은 ‘통합 자체에 대한 이견’은 없지만, 지역 표심이 걸리자 자유한국당행을 택했다. ‘구국의 심정’ 같은 대승적 이유가 아니었다. 지역구 표심이란 현실 자체가 탈당의 명분이 됐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7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전체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나 소신보다 지역적 특수이해에 매몰되는 구조가 생겼다”며 “계층적 이해나 가치보다 지역이 가지는 대표성이 너무 커졌다”고 지적했다.

‘굳은 표정의 바른정당 의원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 하태경 최고위원(왼쪽부터), 오신환 원내대표, 유승민 대표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지역구 중심 정치는 한국당으로 복당한 박인숙ㆍ김세연 의원 입장문에서 잘 나타난다. 박 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선택해주신 주민과 당원 동지들의 뜻을 받들어 한국당으로 복당하고자 한다”며 탈당과 복당을 선언했다.

앞서 복당한 김세연 한국당 의원도 비슷한 취지로 이유를 설명했다. “통합 과정에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설명도 관계자를 통해 전해졌다. 명분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지역구에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정치적 현실이 명분을 이겼다.

두 의원처럼 대놓고 ‘지역 때문에’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도 속내는 비슷하다. ‘김대중 정신’이 절대적인 호남에서 당선된 의원이 바른정당과 합당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중앙 입법 아무리 해봐야 좋은 소리 못 듣고, 지역에 다리나 놔줘야 다선한다”는 자조가 퍼졌다.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국회 내에 만연한 쪽지예산 문제도 이 때문이다. 예산 국면만 되면 ‘나 좀 챙겨줘’란 우는소리가 당적을 불문하고 나온다. 그리고 나면 ‘나 예산 땄다’며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문명재 연세대 교수는 이와 관련 “지역에서 뽑혔는데 중앙정치를 하니까,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 “결국 나눠먹기에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 4년 뒤 선거를 대비하니 필요악이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특수이해에만 매몰되니까 국가적인 일은 하지를 못 한다”며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에서 할 일을 국회의원이 과도한 힘을 가지고 대행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는 지자체가 펼치고 의원은 중앙 입법부 활동에 매진해야 하지만,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교과서에만 있는 말이다. 단순다수대표제를 기초로한 정치지형 자체가 양당제로의 회귀를 부추긴다. ‘뒤베르제 법칙’이 3당 탄생을 막는 셈이다.

김 교수는 “결국 선거제도를 바꿔야만, 진정한 중앙 정치가 가능해진다”며 “이번 개헌 때 이러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례성을 강화하던지, 선거구를 넓혀서 지역 입김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태화 기자/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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