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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교육부, 소통(疏通)령이 되어야
교육부의 정책 혼선에 대한 뒷말이 많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방침을 둘러싸고 지난 20일 동안 ‘금지→미확정→재검토→유예’ 등으로 휘청거렸으니, 그럴만도 하다. ‘내년초까지 유치원 방과 후 과정의 운영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1년 뒤에 다시금 영어교육을 금지하겠다는 뜻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인지, 금지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인지 아리송하다. 언론의 해석도 1년 유예인지, 백지화인지 엇갈린다.

지난 16일 교육부가 배포한 ‘유아 단계 조기 영어교육 부작용부터 우선 해소 추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는 좋은 정책의 취지를 알아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억울함이 곳곳에 배어 있다.

4쪽에 이르는 보도자료 어느 곳에서도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던 ‘유치원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라는 표현이 없다. 대신 ‘영어 조기교육 문화 개선’, ‘과도한 영어 사교육 개선’ 등으로 에둘러 표시했다. 여전히 정책의 좋은 취지를 알아주지 못하는 국민들에 대한 아쉬움과 서운함이 깔려 있는 뉘앙스다.

오락가락했던 정책 혼선에 대한 유감의 표시도 찾아볼 수 없다.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식으로 간접적인 표현을 했을 뿐이다. 교육행정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교육부의 ‘유체이탈화법’으로 읽힐 수 있다.

이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관련 내용을 직접 발표하지 않은 것 역시 교육부의 책임감 부족으로 이해될 수 있다.

김 부총리를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은 다름아닌 ‘불통’이다. 촛불 민심을 바탕으로 불통 대통령을 끌어 내렸는데, 새로운 정부가 불통에 빠진다면 그 다음은 불보듯 뻔하다. 과거 불통의 대통령을 대신해 문재인 정부에선 ‘소통(疏通)령’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야 성공한 정권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통상 3가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랑과 경청, 그리고 책임이 바로 그것이다.

사랑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다. 무한하다. 항상 부족한 것이 없나 살펴보게 된다. 교육부는 정책 대상자인 학부모에 대해서도 무한한 사랑을 가져야 한다. 어린 아이들을 조기 영어교육 현장으로 내모는 부모에 대해서도 이들을 탓하기에 앞서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경청(傾聽) 역시 소통을 위한 핵심 키워드다. 몸을 기울여서 집중해서 듣는 것을 말하는데, 특히 ‘청(聽)’이라는 한자는 임금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눈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 듣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교육부로서는 방과 후 영어교육을 금지하는 것에 대한 풍선효과 우려나 이로 인한 영어교육 격차 발생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를 깊게 들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임지는 자세 역시 진정한 소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신뢰가 생길 수 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 역시 이 같은 책임지는 자세를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교육부의 책임 의식은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식의 표현에서는 찾기 어렵다.

교육부를 책임지는 김 부총리도 소통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그는 ‘책임, 미래, 소통’을 강조했다.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회가 요구하는 미래 인재를 키우며,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교육부가 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문제는 실제로 소통하는 방식이다. 과거와 같이 정책 공급자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소통하려 해서는 안 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정책 수요자와 면밀하게 소통을 해나가야 한다. 언론과 소통 역시 마찬가지다.

오는 18일부터는 2018년 정부 업무보고가 시작된다. 29일에는 교육부 업무보고가 예정되어 있다. 올해 업무보고는 부처별로 국민과의 소통 방식을 점검하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섹션 교육팀장/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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