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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시범사업만으로도 필요성 확인된 ‘웰다잉법’
오는 2월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웰다잉법)’ 시행에 앞서 진행된 시범사업에서 8500명 이상의 일반인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며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매달리기보다는 존엄사를 선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의향서 상담 및 작성, 등록 시범사업 기관이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각당복지재단 등 5곳에 불과했고 3개월이란 짧은 기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엉청난 반응이란 평가다.

지난해 8월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 때만 해도 웰다잉법의 시행에 대해 알고 있는 일반인은 15%도 되지 않았고 심지어 의료진들조차 인지율이 33.6%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웰다잉법의 필수 서류인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에 대해선 대부분의 응답자가 들어본 적조차 없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불과 몇 달만에 이처럼 높은 사회적 관심과 참여가 이뤄진 것이다. ‘웰다잉’(well-dying)법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결과다.

정부는 지역보건소와 공공기관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확대하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을 대상으로 교육 중이다. 본인이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병원에서 확인하는 시스템도 곧 개통한다. 사전 준비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매달 4000명 이상이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는데도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한 실제 환자는 80여명에 불과했다. 건강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과 달리 환자들의 참여는적었던 것이다. 환자에게 연명의료 중단이라는 말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와 가족에게 최대한의 치료를 해주려는 우리나라 특유의 효 문화 등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상당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현대사회는 점점 개인 선택권을 중시한다. 그러면서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죽음도 한 사람 삶의 일부로 개인이 선택한다는 개념이다. 이런 추세는 정보확보 욕구로도 드러난다. 사람들 대부분은 ‘임종전까지의 예상기간’을 알고 싶어한다. 고통 없는 죽음뿐 아니라 준비된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한다는 얘기다. 연명의료 중단에만 집중된 사회적 관심과 법의 테두리가 임종 단계에 이른 말기 환자에게 어떤 치료와 도움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까지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상속이나 치료비 부담 등 경제적 이유때문에 가족들이 연명의료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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