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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생도 한탕…대입보다 비트코인…
잃은 투자금 만회 온종일 모니터
수업중에도 거래 거의 중독수준

올해 대입 전형을 치르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정모(19) 군은 남은 대입 일정보다 떨어져 회복할 줄 모르는 가상화폐 걱정이 더 크다. 정 군이 투자하고 있던 이른바 ‘잡코인’ 시세가 평균 30% 넘게 폭락하면서 그동안 모아놨던 돈을 대부분 잃었기 때문이다.

정 군은 지난달 정부가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가상화폐를 금지하겠다”는 발표 이후에도 꾸준히 가상화폐 거래를 해왔다. 수능 이후 뒤늦게 시장에 들어갔다고 판단한 뒤에는 개당 수백원 안팎의 신생 가상화폐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신생 화폐가 출시 직후 한 번씩은 큰 폭으로 급등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지난달 말부터 일제히 떨어지기 시작한 가상화폐 시장 탓에 정 군은 책상 한편에 가상화폐 차트를 켜놓고 온종일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다. 문제는 주변 친구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정 군의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돈을 잃었다. 대부분 용돈이었지만, 일부는 수백만원을 잃기도 했다. 수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학생도 나왔고, 교실에서는 수업 중 가상화폐 거래를 하는 학생도 생겼다.

결국 지난달 27일 해당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학생 불법 도박(사행성 도박 및 가상화폐 거래) 예방’이란 이름의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학교 측은 “교내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수업 시간 중에도 가상화폐 거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다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를 넘어 도박 수준까지 우려될 정도”라며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해 미성년자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긴급대책을 내놓은 만큼 학교에서도 적발 시 교내에서 도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에 맞게 징계를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의 엄포에도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일부 학생들은 아예 “당장 내 돈이 휴짓조각이 되게 생겼는데, 시장에서 나올 기회라도 있어야 한다”며 가상화폐 거래를 계속 하고 있다. 실제 정부의 발표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국내 주요 거래소들이 미성년자의 가상화폐 거래를 막았지만, 학부모 계정을 이용하거나 아예 신생 가상화폐만 다루는 외국 거래소로 자리를 옮겨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

학교 방침에 따라 학생들의 가상화폐 거래를 막아야 하는 교사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 이모(55) 씨는 “분명 가상화폐가 투기 성향이 짙고 학생들의 교육에 부정적인 것은 맞다”면서도 “ ‘이미 넣은 돈은 회복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거래를 하는 학생들을 보면 무조건 스마트폰을 빼앗을 수도 없어 고민이 된다”고 했다.

실제로 정 군이 다니는 학교와 같은 관내에 있는 다른 고등학교 중에는 가상화폐 거래 관련 가정통신문이 나오지 않은 곳도 많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지난 1일부터 전국 모든 미성년자의 가상화폐 거래가 금지됐기 때문에, 고등학생들의 가상화폐 거래 부작용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문제가 불거지면 가정통신문 발송 등을 검토하겠지만, 아직 관련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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