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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신상공개, 준희 양 아빠는 안되고 용인 일가족 살해범은 된다?
-피의자 신상 공개 8년…여전히 모호한 기준
-“무죄 추정 원칙ㆍ2차 피해 우려” 목소리도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가족 재산을 뺏고자 친모, 계부, 이부 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용인 일가족 살해범 신상이 공개된 가운데 피의자 신상 공개 기준을 두고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16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 14일 피의자 김성관(34)의 얼굴을 언론에 공개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신상공개결정위원회를 열고 김 씨의 구속영장 발부시기에 실명과 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따른 조치다. 

재가한 어머니의 일가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 국내로 송환돼 구속된 김성관(34)씨가 15일 오후 현장검증을 위해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0년 4월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하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범죄 예방 등 공공이익을 위해 필요하면 수사기관이 피의자 이름과 얼굴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해선 안 된다는 단서 조항도 달렸다.

김 씨가 그만큼 중대하고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유영철, 조두순, 강호순, 조성호, 심천우 등이 특례법에 적용돼 신상정보가 공개된 대표적인 사례다.

일각에선 부모를 살해한 김 씨는 공개하고 아동학대끝에 딸 고준희(5) 양을 숨지게 한 부친과 계모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은 경찰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준희 양 사건의 경우 현행법상 신상 공개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동학대 특례법상 아동학대범의 신상 공개는 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가정 범죄인만큼 다른 자녀에게 피해갈 수 있는 등 2차 피해의 우려가 훨씬 크기 때문”이라며 “용인 일가족 살해범의 신상 공개는 범행 중대성이 크고 패륜범죄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의 신상 공개 기준이 모호하고 자의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경찰은 지난 2016년 수락산에서 60대 등산객을 숨지게 한 김학봉의 얼굴을 공개했지만 같은 해 발생한 강남역 살인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선 범죄 예방이나 재발 방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헌법에 보장된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나고 주변 가족들에 대한 2차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피의자의 범죄 혐의는 재판을 통해 증명돼야 하는 것인데 경찰이 ‘판단’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애초 법적 의사결정권이 없는 수사기관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깬 것이기 때문에 명확한 신상 공개 기준을 가지기 어렵다”며 “경찰이 피의자의 방어권을 현저히 침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제주도에서 살인ㆍ방화사건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된 20대의 실명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지만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경찰은 지난해 피의자 신상 공개에 최대한 신중을 기하기 위해 7명으로 구성된 각 지방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 위원 가운데 외부전문가 수를 최소 3명에서 4명으로 늘렸다.

경찰 관계자는 “최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신상 공개 결정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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