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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의 중심에 선 국립현대미술관…기회되면 더 일하고 싶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해외유수미술관 관장직 최소 10년
지속·연속성, 결국 가시적 성과로”


“(기회가 된다면)연임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의 가시적 성과와 성공을 위해선 더 일하고 싶은 게 사실입니다.”

첫 외국인 관장으로 화제를 모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연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5년 12월 3년 임기로 취임했으니, 올해가 마지막 해다. 마리 관장은 헤럴드경제와 지난해 12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신년인터뷰에서 “(연임 여부는)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이나 결정을 기다려야한다”면서도 “해외 미술관의 경우 기획과 계획에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큼 관장의 임기를 길게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며 연임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최근 27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니콜라스 세로타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 관장의 예를 들며 “해외 유수 미술관은 성공적 성과를 내거나 좋은 리더십을 보여준 관장이라면 최소 10년은 관장직을 수행하며 미술관을 이끈다”며 “지속성과 연속성이 중요하다. 관장이 자주 바뀌는 것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큰 변화 과정에 있다”=마리 관장은 지난 2년의 임기 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이 큰 변화를 겪었다고 평했다. 그는 “미술관 내부 변화는 아직 진행중이다. 내가 관장으로 있는 사이 많은 인력이 교체됐고 새로운 인력이 들어왔다. 연구기획출판팀, 소통홍보팀, 고객지원개발팀이 신설됐다”며 “현재의 미술관은 1980년대 필요하지 않던 또 다른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설된 연구기획출판팀은 도록을 체계적으로 출판, 유통해 국제무대에 한국미술을 알리는 역할을 담당하고, 소통홍보팀은 미술관의 대중적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외부인은 잘 체감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리 관장은 “처음 미술관에 왔을때 이곳은 담이 높은 ‘성’ 혹은 ‘섬’ 같았다. 지난 2년동안 미술계는 물론 한국사회와 교류를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외부에서 볼땐 이런 변화가 아주 작을 순 있지만, 이렇게 향유고래처럼 큰 미술관은 그 변화의 속도가 무척이나 더디다. 단계 단계 한발짝씩 나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변화의 예시로 든 건 미술관의 디지털화다. “한국인의 90% 이상이 스마트폰을 쓰는데, 미술관이 이 스마트폰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셈이죠. 디지털화는 한국사회와 그리고 일반 대중과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도구입니다.”

미술관의 모든 정책과 움직임을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투명한 미술관’의 시작이다. 미술관을 둘러 싼 루머나 잡음은 담론이나 개방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창구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깔려있다.

“관장은 신이 아냐…직원에게 영감주는 게 리더의 역할”=국립현대미술관 관장직을 수행한지 2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외국인 관장’이기에 ‘한국미술을 잘 모른다’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마리관장은 이같은 비판에 “나는 한국근현대미술의 전문가는 아니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그러나 나는 30년이상 현대미술을 전공했다. 그중 15년은 기관운영의 경험도 있다. 특히 유럽기관에서 수집자문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공공소장품 시스템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바꾸기도 했고, 아직은 젊지만 거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작가들을 선별하는 안목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 관장은 벨기에 브뤼셀 현대건축박물관 큐레이터, 네덜란드 비테 데 비트 현대미술센터 예술감독,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ACBA) 관장 등을 거친 ‘유럽 미술통’이다.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스페인관 큐레이터를 맡았고, 2014년부터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시맘, CIMAM)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외국인 기획자 출신인 그가 관장을 맡고나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스타일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미술을 우리 자체의 시각으로 보기보다 국제적 맥락속에서 살펴보는 전시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전시 자체로 보면 ‘아주 작은 차이’일지 모르나, 이를 받아들이는 국제미술계의 반응이 이전과 다른 것도 사실이다. 오는 21일까지 과천관에서 열리는 ‘역사를 몸으로 쓰다’전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미술관에서 유치제안을 받기도 했다.

“관장은 신이 아닙니다. 미술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알 순 없지요. 그리고 모든 일에 전문가일 필요도 없다고 본다”는 그는 관장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로 “전 직원에게 영감을 주는 것”을 꼽았다. 각자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제가 강점이 있는 것이 바로 전시기획과 소장품 수집”이라며 “공공예산이 들어가기에 수집하는 프로세스는 무척이나 섬세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일부 위원들의 결정으로 소장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예실의 참여를 권장하고, 내부 소장품에 대한 제안을 권장해 더 투명한 프로세스로 바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미술 해외 알리기는 장기전…후대 관장도 노력해야”=그는 또 처음 관장에 취임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요구된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제적 명성 제고’는 자신 뿐만 아니라 후대 관장까지 ‘장기전’이란 각오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미술이 해외로 알려지기 위한 공동기획ㆍ공동 주최는 관장 취임 첫 날부터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작가를 국제적으로 끌어내고 언급되도록 하는게 내 일이다. 해외기관의 반응도 좋다. 다만 이같은 논의나 협의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금 전시를 제안하면 ‘2022년 혹은 2023년이냐’ 되묻는 게 국제 미술계의 현실이다. 관장직을 누가 수행하든 관계없이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추진해야한다”

이처럼 먼 미래의 구상만 있는 건 아니다. 관장 취임 후 야심차게 추진했던 전시가 올해 열매를 맺는다. “2018년 전시는 지난 2년간 했던 것 처럼, 전시 수를 줄이고 질을 높이는데 집중할 예정입니다. 다만 2016년 기획한 전시가 성과로 나타날겁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최근 2018년 전시 라인업을 발표하며 현대개념미술의 선구자인 마르셀 뒤샹전을 12월에 개최한다고 밝혔다. 뒤샹의 대표작인 ‘샘’도 전시품 목록에 포함됐다. 1917년 발표한 작품을 1950년대 재현한 것으로 필라델피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새로운 한국작가들을 발굴하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전시장을 찾는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새로운 전시를 한다고 하면 찾아가려 한다. 충분하진 않은데, 업무시간에 너무 많이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내가 일을 안한다고 생각할테니(하하)”

최근 본 전시중 가장 인상적 전시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미래 과거를 위한 일’을 꼽았다. “라틴아메리카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전시”라는 평이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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